[기자의 눈/홍수영]‘노인표’ 앞에 진퇴양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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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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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영 정치부 기자
홍수영 정치부 기자
한나라당은 최근 ‘용돈도 안 되는’ 기초노령연금의 인상 문제를 놓고 물밑으로 분주했다.

당 정책위원회 회의, 당정 협의를 잇달아 열었지만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을 2012년 1%포인트(1인당 약 2만 원) 올리자는 민주당의 요구에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물론 당내에서도 인상 주장이 있지만 1%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당장 내년 1조2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70%에 대해 평균소득액의 5%인 9만1200원을 매월 지급하는 제도로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면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행 기준을 유지해도 올해 3조7900억 원에서 앞으로 매년 3500억 원가량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양쪽 연금을 다 받는 중복 수급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도 제도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우물쭈물하는 모습이다. 재정 부담은 크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노인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급 대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손에 피 묻히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기초노령연금은 17대 국회에서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0% 의무 지급’이라는 정치권의 합의로 ‘얇고 넓게’ 주는 구조로 탄생했다. 전체 재원은 크지만 저소득층 노인에게 별 도움은 안 된다는 평가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체 노인의 60% 지급, 한나라당은 100% 지급을 주장했다. 결국 70% 절충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도 한나라당은 ‘생색내기’를 위해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노인 80%에 대해 평균소득액의 6%를 지급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17대 의원이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정안 제안 설명에 나섰다.

당시 도입 논의에 참여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에 ‘원죄’가 있다. 이렇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여야는 당초 30일 국회 연금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열어 기초노령연금 인상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었지만 특위의 활동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는 묘안을 짜냈다. 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춘식 의원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기초노령연금 구조 개선 문제를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수술’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정치권은 잘 알고 있다.

홍수영 정치부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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