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쉽습니다/취임 1년 민선5기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5>김범일 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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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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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백지화, 시민에게 죄송… 세계육상대회 지구촌축제 될것”

올해 3월 30일 영남권이 치열하게 대결했던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이 무산됐을 때 김범일 대구시장(61·사진)의 표정은 분노와 허탈, 실망이 뒤섞였다. 그는 “정부가 영남권의 염원을 저버렸다”며 정부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3개월여 뒤 민선 5기 취임 1년을 맞아 28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시장은 겉으로는 많이 차분해졌지만 속으로는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한발 물러서서 상황을 주시하면서 운동화 끈을 조금씩 조이는 듯했다. 일단 코앞에 다가온 대구세계육상대회(8월 27일∼9월 4일)를 성공시킨 뒤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다.

―신공항 백지화는 무척 아쉬울 텐데….

“생각할수록 아쉽다. 백지화 발표 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신공항을 열망하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났다. 시정 책임자로서 우선 대구시민에게 죄송하기 짝이 없었다. 지방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부도 원망스러웠다. 확신했던 일이 허망하게 결론 났을 때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왜 백지화됐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지방에 재정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인프라를 구축해줘야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수도권에 돈과 사람이 집중되는 특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특히 그렇다. 대구는 국제공항 접근성이 떨어져 내륙도시로서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바로 이런 점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모든 게 수도권 중심이다.”

―후보지 단일화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정부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제성은 어떤 기준에서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남 5개 광역지자체가 둘로 쪼개져 치열하게 대결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영남권 지자체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 또한 큰 아쉬움이다. 한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한다.”

―신공항을 재추진하면 예전 상황이 반복되지 않겠나.

“며칠 전 부산에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모였다. 영남권 상생발전을 위해 진솔하게 힘을 모으자고 다짐했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이런 만남 자체가 진일보한 것이다. 진작 이렇게 만나 하나씩 풀어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내내 들었다. 정말 마음을 열고 영남권 발전이라는 구심점을 놓고 생각을 다듬으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차분하게 뜻을 모으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나가면 모두 공감하는 방안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신공항 백지화 직후 ‘악착같이, 될 때까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는데….

“신공항은 일단 백지화됐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실패이고 좌절인 것은 아니다.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시민들이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뭉치고 나아가는 열정이 대구를 뜨겁게 달궜다.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분위기가 일시적인 힘에 그치지 않고 대구의 미래를 열어가는 에너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이나 조직, 지역도 적당히 안주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세상이다. 악착같은 근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의지다.”

―민선 5기 취임 후 1년간 최대 성과는….

“‘자신감’을 꼽고 싶다. 대구에는 소극적이고 비관적인, 그러니까 ‘해봤자 되겠느냐’ 하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지금은 시민과 공직자가 마음을 모아 적극적으로 성취하려고 사방팔방 뛰는 분위기가 절실하다. ‘새로운 대구 자존심’을 가꿔야 한다. 최근 수십 년간 대구의 자존심이 앉아서 대접받으려는 형태였다면 이제 ‘밖에서 당당하게 알아주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미래가 있다고 확신한다.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LED 공장을 성서산업단지에 유치하는 등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내는 첫 단추를 끼웠다. 지역경제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 기업인과 근로자, 모든 시민의 자신감으로 이 같은 반전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믿는다.”

―세계육상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행사는 단순한 스포츠 대회도, 대구만의 행사도 아니다. 전 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며 응원해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해줘야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도약한 것처럼 올림픽과 마찬가지인 이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로 달려 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것이다. 지구촌에 ‘대구’와 ‘코리아’를 각인시켜 브랜드 파워를 크게 높이는 데 확실한 기여를 할 것이다.”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당장 대회를 열 수 있을 정도다. 입장권은 현재 66%가량 판매(14개 경기 45만3962석 중 29만8875석)됐다. 9일 동안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가 관람객으로 가득 차야 한다. 스타디움을 꽉 채우고 화끈하게 응원해 주면 좋겠다.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고 대회인 만큼 지구촌 대축제가 됐으면 좋겠다.”

김 시장의 머릿속 99%는 세계육상대회다. 2007년 3월 ‘달구벌의 기적’이라고 했을 정도로 뜻밖의 사건이었던 대회 유치 이후 4년 넘게 마음 졸이며 준비했던 이 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큰 틀’을 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는 “대구의 미래에너지를 보증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라며 “이 대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면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각오로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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