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철수 교민 항공료, 결국 세금으로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101명 미납액 총 1억8530만원… 외교부 소송 포기 뜻
이미 낸 사람과 형평성 논란… “명확한 기준 만들어야”

정부가 2월 리비아 사태 때 항공기를 이용해 긴급 철수시킨 교민 가운데 아직 항공료를 내지 않은 이들의 미납액 수령을 사실상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이 10일 외교통상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항공 전세기 탑승자 199명 중 36명(5월 31일 현재), 대한항공 전세기 탑승자 238명 중 65명(6월10일 현재)이 항공료를 내지 않고 있다. 미납된 항공료는 1억8530만 원이다. 그러나 외교부 국제법규과는 최근 “일정 시점 이후 미납액을 외교부가 부담하는 게 무난하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미납자에게 세 차례 독촉장을 보내고 소송 의사를 밝히는 등 압박해왔지만 “소송을 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고 승소해 비용을 회수해도 소송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국제법규과는 나아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행금지국가를 운영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강제 조치에 수반되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미납액을 정부가 지불할 경우 이미 항공료를 자비로 지불한 이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금까지도 재외국민을 대피시킬 때 예산이 있으면 항공료를 대신 부담해주고 예산이 없으면 탑승자로부터 항공료를 받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쳐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 대규모 키르기스스탄 유혈사태 때는 74명의 철수 비용 2000만 원을 외교부가 지급했지만 리비아 사태 때는 자사 직원을 대피시킨 두산중공업이 전세기 1편의 비용을 냈고 2편의 비용은 탑승자가 냈다.

김 의원은 “재외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어떤 법규나 매뉴얼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