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독립 40일 앞둔 남수단을 가다]국경엔 아직도 포성… 불안과 희망 공존

51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아프리카 수단에서 독립하는 남수단의 수도 주바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남수단 국기를 들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서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부르는 의식을 치르며 새로운 조국이 탄생할 7월 9일을 기다리고 있다. 주바=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계 193번째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7월 9일 탄생하는 독립국가. 아프리카 남수단 공화국(남수단)의 수도로 예정된 주바 공항 근처에는 이렇게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국가. 자원도 풍부하지만 북부 아랍계 민족과 남부 아프리카계 민족이 51년의 내전을 치렀다. 수단공화국(북수단)의 월등한 군사력으로 초토화된 남수단은 올해 1월 국민투표에서 99%의 찬성으로 독립하게 됐다.

새 국가의 탄생을 준비 중인 남수단에는 평화가 찾아왔다는 기쁨, 북수단 정부의 지배에서 벗어나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주바 시민들은 매일 아침 거리에 나와 길을 쓸고 돌을 치운다. 그들은 “독립하면 손님이 많이 올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남수단 정부는 거리 환경을 정리하는 시민에게 수고비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내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독립국가 출범일을 50일 앞둔 20일, 남수단의 유전지대인 아비에이로 북수단군(SAF)이 진격했다.

남수단 정부는 21일 북수단군이 아비에이를 점거해 1만5000명의 피란민이 발생했고 마을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25일에는 이 지역을 통과하는 유엔 소속 헬리콥터도 북수단군의 공격을 받았다.

유엔은 북수단 정부에 철군을 요청했지만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아비에이는 수단 영토”라며 거부했다. 유엔은 26일 “수단 정부가 아비에이를 점령한 뒤 이곳에 북수단 쪽 유목민을 이주시켜 영구 병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소식이 주바에 알려지자 시민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날 식당 TV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머리를 감싸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남수단 정부는 “국경 지역에 무력 분쟁이 있지만 남수단의 공식 출범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바르나바 마리알 벤저민 공보장관은 “남수단의 독립과 발전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수단 정부는 광활한 토지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발전하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진화되지 않은 북수단과의 분쟁의 불씨가 언제 다시 남수단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고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주바=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