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신경]고교 서술형 평가 속도조절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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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험의 서술형 평가 문항은 암기 위주의 단답형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답안을 작성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학생 입장에서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서술형 문제의 취지와 방향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효과와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다니는 학교도 경북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이번 중간고사부터 모든 과목에서 문제의 20%를 서술형 평가로 냈다. 그러나 근본 취지와는 달리 서술형 평가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첫째, 객관식 문제와 달리 채점에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도교육청이 서술형 평가를 하라고 할 뿐 이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은 제대로 내려오지 않은 상태다. 둘째, 채점에 대한 부담으로 실제 출제되는 문제를 보면 서술형 평가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간단한 단어나 암기한 내용을 나열하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된다. 셋째, 학생들의 부담감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수업은 수능 위주의 문제풀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별다른 준비 없이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사고 과정을 유도하는 문제를 내면 학생 입장에서는 시험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서술형 평가는 학교 현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보여주기식 정책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사전에 모색한 뒤 시행해야 한다.

김신경 경주 근화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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