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실수는 절대불가! 처음보는 詩에 익숙해지자

  • Array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EBS연계분석 [5]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모의고사가 6월 2일 실시된다. 예고한 대로 교육방송(EBS) 교재와 강의를 70% 이상 반영하면서 평이하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실수가 성적을 좌지우지할 게 분명하므로 EBS 교재를 활용해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
지금까지 EBS 교재 ‘운문문학’에 실린 낯선 작품을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운문문학’에 실린 생소한 작품을 만나보자.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지 않았거나 출제된 지 10년 이상 지난 작가를 우선 소개한다.

부재(不在)하는 존재에서 탄생하는 여백(餘白)을 그린 고정희의 시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를 보자.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이 시는 독백체로 기술됐다. 화자는 어머니 무덤가에서 서울의 온갖 잔소리를 잊는다. 어머니의 부재를 통해 오히려 더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이다. 무덤 속에 누운 어머니의 무언(無言). 그 여백이 화자에게는 큰 가르침이 된다. 공간에는 포용력 있는 사랑이 가득하다. 어머니의 부재와 나의 부재가 너에게 여백이 된다. 다음은 나희덕의 시 ‘겨울 산에 가면’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다.

겨울 산에 가면
밑둥만 남은 채 눈을 맞는 나무들이 있다
쌓인 눈을 손으로 헤쳐내면
드러난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
들여다볼수록/비범하게 생긴 넓은 이마와
도타운 귀, 그 위로 오르는 외길이 보인다
그새 쌓인 눈을 다시 쓸어내면
거무스레 습기에 지친 손등이 있고
신열에 들뜬 입술 위로
물처럼 맑아진 눈물이 흐른다
자릴 때 쏟은 톱밥가루는 지금도

마른 껍질 속에 흩어져
해산한 여인의 땀으로 맺혀 빛나고,
그 옆으로는 아직 나이테도 생기지 않은
꺾으면 문드러질 만큼 어린것들이
뿌리박힌 곳에서 자라고 있다/도끼로 찍히고
베이고 눈 속에 묻히더라도
고요히 남아서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
눈을 맞으며 산에 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바라보는 나이테가 있다.

나희덕, ‘겨울 산에 가면’

겨울 산의 눈 속에 묻혀 있는 나이테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을 상징한다. 거친 손등을 지니고 있고 해산한 여인의 땀을 지닌 나이테는 어머니란 존재의 본질적 속성을 뜻한다. 마지막 구절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바라보는 나이테가 있다’는 곧 자식을 사랑하고 지켜주는 부모의 모습이다. 이 시에서 ‘눈’은 어머니에게 오는 시련을 상징한다.

다음은 문정희의 시 ‘찔레’다. 사랑의 아픔과 승화를 노래하고 있다.

꿈결처럼/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문정희, ‘찔레’

이 시는 사랑의 아픔을 찔레꽃의 가시로 형상화했다. 화자는 가시가 있는 나무가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사랑의 아픔을 승화한다고 느끼게 된다. 화자는 먼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이 홀가분하게 과거를 털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추억을 털어낸 뒤 곧 성숙한 사랑으로 남고자 한다.

다음은 박용래의 ‘학의 낙루(落淚)’다. 이 시는 세상을 살아가는 고뇌와 고통의 승화를 노래한다. 박용래는 우리 민족의 보편적인 정서를 간결하게 압축해 형상화한 시인이다. 그는 전통적인 율격의 계승과 변형, 반복과 병렬의 구조를 갖춘 민요적인 시를 즐겨 썼다.

세상 외로움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세상 괴로움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세상 구차함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세상 억울함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일년 열두 달 머뭇머뭇 골목을 누비며
삼백 예순날 머뭇머뭇 집집을 누비며
오오, 안쓰러운 시대의
마른 학(鶴)의 낙루(落淚)

슬픔은 모른다는 듯/기쁨은 모른다는 듯
구름 밖을 솟구쳐 날고/날다가

세상 억울함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세상 구차함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세상 괴로움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세상 외로움을 하얀 무명올로 가리우자

박용래, ‘학의 낙루’


이 시는 수미상관의 구조를 갖고 있다. 학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1연과 4연은 대칭을 이룬다. 1연은 외로움, 괴로움, 구차함, 억울함의 세상을 표현한다. 4연은 억울함, 구차함, 괴로움, 외로움으로 표현하며 반복과 병렬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4연에서는 어둡고 힘든 시대를 ‘하얀 무명올’로 덮어 가리자고 말하고 있다. ‘하얀 무명올’은 학의 모습을 빗댄 것. 순백의 모습으로 고고한 자태와 순결함을 상징하는 학에게서 세상의 괴로움과 외로움을 상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표작 ‘떠나가는 배’로 잘 알려진 박용철의 시 ‘싸늘한 이마’다. 이 시는 고립된 화자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다.

큰 어둠 가운데 홀로 밝은 불 켜고 앉아 있으면
모두 빼앗기는 듯한 외로움
한 포기 산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위로이랴

모두 빼앗기는 듯 눈덮개 고이 나리면 환한 왼몸
은 새파란 불붙어 있는 인광
까만 귀뚜리 하나라도 있으면 얼마나한 기쁨이랴

맑게 트이어 기어가는 신경의 간지러움
길 잃은 별이라도 맘에 있다면 얼마나한 즐검이랴

박용철, ‘싸늘한 이마’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이 시는 시적 자아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비애를 노래했다. 2행 1연의 한 작품이며 총 3연의 간결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각 연의 첫 행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을 표현했다. 둘째 행은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벗 삼고 싶은 대상을 보여 준다. 1연의 외로움은 2연에서 ‘인광(燐光)’으로, 3연에서 ‘신경의 간지러움’으로 표현된다.

둘째 행에 반복되는 표현인 ‘… 라도 있으면(있다면)’은 화자의 커다란 외로움을 보여준다. 화자는 그 대상을 각각 ‘산꽃’, ‘귀뚜리’, ‘별’이라는 평범한 사물로 제시하고 있다. 외로움은 각각 ‘위로’, ‘기쁨’, ‘즐검’으로 대체된다.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