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민주 투사, 삶은 왜 이리 서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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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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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그 옆 사람/이남희 지음/320쪽·1만1000원·실천문학사

누군가가 흥분해서 말했다. “3월에 열린 소련의 인민대표회의에서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던데, 이번 개혁이 소련이고 동구권이고 할 것 없이 다들 붕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잠시 서로 말없이 멀뚱거린다. 다른 누군가가 적막을 깨고 국방색 담요를 편다. “점에 백 원은 어때?” 고스톱판이 벌어지고, 마지막 혁명론자들은 화투에 열중한다.

단편 ‘친구와 그 옆 사람’에는 1980년대 운동권 세대들이 1990년대를 맞아 목표 없이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들이 꿈꿨던 민주화는 왔지만 여전히 사랑에도, 삶에도 미숙한 존재로 남았다. 인물들의 피폐해진 정서는 사막이라는 이미지로 함축된다.

1986년 여성동아 장편공모로 등단한 저자는 7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을 통해 인간의 상실감과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람들의 얘기를 담담히 전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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