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윤]해외유출 탈세자금에 ‘방울’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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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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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늘날 자본과 노동의 이동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납세자는 국가가 설정한 과세 틀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거래를 구성할 자유가 있다. 동서이념 대립이 해소된 1980년대 이후 자본과 노동은 거의 제약 없이 이동하게 된 반면 그에 대한 국가의 대응 수단은 국경을 넘어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국제거래를 통한 탈세 및 조세 회피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를 지정하고 관련국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왔다. 또 조세피난처가 아닌 국가의 일부 제도가 조세피난처와 동일한 기능을 한다면서 이를 ‘유해조세제도’로 규정하고 그것을 폐지하라고 권고해 왔다. 이 두 가지는 2000년대 초 대부분 소멸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제거래를 통한 탈세 및 조세 회피의 규제는 정부에 큰 숙제가 되고 있다. 국가 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자금의 실질적인 소유자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엄격한 금융정보 비밀보호 규정은 탈세자금에 좋은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 탈세자금에 과세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추징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

2007년 부동산 재벌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이 발견한 5만2000개에 이르는 스위스 UBS은행 비밀계좌 사건, 같은 해 영국 국세청의 계도에 응한 6만 개의 역외계좌 신고, 2008년과 2010년 독일 정부가 돈을 주고 취득한 자국민의 역외계좌 정보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의 여건은 어떤가. 2000년대 들어 우리 기업은 외국자본 의존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은 우리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지주회사를 설립하더라도 그것이 기업의 실질적 역외자회사를 거느리는 경우 유보이윤을 배당 간주 과세제도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탈세자금을 국외에 은닉하거나 해외소득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이다. 떳떳하지 못한 자금을 숨기려는 시도가 있는 한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한 혐의거래 색출, 외국과의 정보교환체계 구축, 공동·동시 세무조사 협약 체결 등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해외금융계좌신고제를 시행한다.

앞으로는 개인에 의한 탈세가 주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들에 의한 탈세와 부의 변칙적 이전에 대한 규제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OECD 회원국에도 과제가 되고 있다. 개인은 기업에 비해 지리적 이동이 자유로워 세법상 자신의 지위를 변경하기 쉽다. 비거주자가 되면 그 나라에서의 조세 부담이 줄어든다.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로 자산의 소재지를 옮기거나 이에 친족을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조세를 회피하기도 한다. 정부와 납세자 간 긴장은 제도가 복잡할수록 그 도를 더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현행 제도를 충실히 보완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이 이에 대응하는 정도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개인의 자산 취득에 대한 자금 출처조사를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금융실명법상 차명 인정의 관행도 없애야 한다. 국외 이주자에 대해서는 이주 시점에 자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보거나 이주 후 일정 기간에는 거주자처럼 세금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고액 체납자의 국외 은닉재산을 확보하고 외국에서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된 경우 우리나라에 통보해 주도록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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