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하늘이 있듯,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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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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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사진전 - 김덕기 ‘My home’전

■ ‘…윤미네 집’전 25년간 찍은 딸의 모습에서 추억의 일기장 들춰보는 듯
■ ‘My home’전 소소한 일상 담긴 작품들 스산한 마음도 어루만져


큰딸이 태어나 결혼할 때까지 성장 과정을 오롯이 담은 사진집 ‘윤미네 집’에 실린 사진들을 선보인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전이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속에서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딸의 모습을 촬영 중인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한미사진미술관 ⓒ전몽각
큰딸이 태어나 결혼할 때까지 성장 과정을 오롯이 담은 사진집 ‘윤미네 집’에 실린 사진들을 선보인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전이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속에서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딸의 모습을 촬영 중인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제공 한미사진미술관 ⓒ전몽각
아버지는 1964년 큰딸 윤미가 태어난 뒤 생후 3일 된 모습부터 1989년 그 딸을 결혼식장에 데리고 들어갈 때까지의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사진으로 남긴다. 가족의 정겨운 시간과 추억이 풍성하게 스며든 이 사진들은 1971, 78년 개인전으로 처음 알려졌고 1990년 ‘윤미네 집’이란 사진집으로 출간돼 눈 밝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제 사진을 찍은 주인공은 세상을 떠났으나 올 초 복간된 사진집이 4쇄를 찍은 데 이어 미술관 전시를 통해 가족의 사생활을 뛰어넘어 동시대를 읽어내는 프리즘으로 거듭났다. 그의 이름은 전몽각(1931∼2006). ‘윤미 아빠’로 통하는 그는 토목공학자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고 성균관대 부총장을 지냈다. 1960, 70년대 한국 사진을 이끈 ‘싸롱 아루스’와 ‘현대사진 연구회’ 정규 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사진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은 내년 2월 19일까지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전을 열고 단순한 아마추어가 아니라 ‘사진적 태도와 생각을 갖고 기록을 남긴 사진작가’로 그의 여정을 조명하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02-418-1315

○ 나의 가족, 나의 시대

좁은 부엌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 둥근 밥상을 마주한 오누이, 골목길에서 노는 꼬마들, 여고생 딸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촬영하는 아버지…. 한 장 한 장 사진에는 전반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사회였으나 따스한 정이 흘러넘쳤던 가족의 소중한 순간이 채집돼 있다. 이번 전시가 개인의 내밀한 삶을 기록한 기념사진첩을 넘어 1960, 80년대를 함께 건너온 사람들에게 추억의 일기장을 다시 들춰보는 듯한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는 이유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그리는 화가 김덕기 씨의 작품.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그리는 화가 김덕기 씨의 작품. 사진 제공 갤러리 현대
전시장에서는 딸의 성장을 기록한 사진과 더불어 경부고속도로 공사현장의 모습을 담은 기록사진, 사진단체에서 활동 당시 찍은 조형주의 사진도 볼 수 있다. 공사장비와 논밭이 낯설게 공존하는 ‘경부고속도로’ 시리즈의 경우 급속히 진행된 현대화를 바라보는 작가의 희망과 아쉬움 섞인 시선을 담은 작업으로 의미가 있다. 산하를 가로질러 뻥 뚫린 길. 도로공사 현장 옆에 자리 잡은 허름한 초가집과 그 앞에서 노는 아이들, 갓 쓰고 외출하는 촌로들. 불과 40여 년 전 풍경임에도 1세기 전처럼 느껴지는 기록물로서 한국 사회가 달려온 어지러운 속도를 어림짐작하게 해준다. 훗날 황규태 주명덕 씨 등이 회원으로 참여했던 현대사진연구회 시절에 찍은 사진의 경우 구성과 조형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당시 사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삶과 일터를 대상으로 삼은 사진으로 보편적 감동과 녹록지 않은 감동을 길어 올린 전몽각. 기록성과 사실성이란 사진의 가치를 일깨워준 이번 전시는 ‘가족’이란 렌즈로 진솔하게 그려낸 우리 시대의 미시사를 만날 기회다.

○ 나의 가족, 나의 행복

연말의 스산함을 포근한 이미지로 어루만져 주는 또 다른 전시가 있다. 15일∼내년 1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리는 김덕기 씨의 ‘My home’전.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회화와 세라믹 작품 등 50여 점이 나온다. 02-519-0800

‘작은 집이지만 가꿀 수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있어 만족한다./부유하지 않지만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이 있어 감사하다./딱딱하고 차가운 외부의 도전들이 조간신문처럼 찾아오지만/꽃피우고 떨어지는 사이에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훨씬 작아진다./오늘도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작가의 말) 자신이 태어난 경기 여주로 작업실을 옮긴 뒤 자연과 친해진 작가. 그 행복과 감사를 더욱 눈부신 색채로 녹여냈다. 날마다 일상을 나누는 가족의 삶을 정겹게 바라본 두 전시. 힘겨운 날에도 우리가 진정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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