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오세훈 동향’ 수첩, 범죄구성요건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1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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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ㆍ관계 인사들의 동향을 적어놓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전 조사관의 수첩이 새로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이 수첩에 적힌 내용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또 민간인 사찰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마련된 공보준칙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신경식 1차장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씨의 수첩은 동향 파악한 내용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민간인에 대해서라도 단순히 정보수집만 한 것이라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형법상 처벌을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월9일 지원관실과 원씨 등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원씨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업무 활동,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등 여당 중진들의 정치 활동, 한국노총과 YTN 노조 등의 노동계 동향을 빼곡히 적어놓은 수첩을 발견해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수첩 내용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지원관실이 전방위 사찰을 저지른게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지만, 검찰은 이 같은 동향파악 행위 자체는 수사 대상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에 대해 부당한 행위를 했다든지 아니면 김종익 전 NS한마음 대표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부를 사찰한 것처럼 지원관실이 당사자에게서 사표를 받아낸다거나 사건 자료를 제출받는 등 법률상 의무가 없는 일을 강요해야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신 차장은 "수사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은 다 들여다봤다.

단지 이름만 있고 당사자 진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수사로 나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원씨는 언론이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수첩에 적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수첩에 동향을 누구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 없으며, `방해세력 제거', `동향보고 수신자' 명단 등의 문구도 특정된 내용이 아니라고 밝혔다.

수첩에 적힌 동향파악 대상자들을 직접 조사하거나 충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법리상 처벌 대상이 안 되는 내용을 전부 다 수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 차장은 "우리가 알아본다는 것은 수사해서 입증하고 기소가 가능한 일이여야 한다. 검찰은 모든 공직활동을 다 감찰하고 적정한 행위인지 따져보는 감사기관이 아니라 처벌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수사기관이다. 법리검토를 해서 처벌 가능성을 따져보고 수사한다"고 말했다.

수사를 마치면서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 의혹이나 원씨 수첩 등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은 이야기하지 말라고 공보준칙이 정해져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차장은 수첩 내용이 더 공개된 것으로 수사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증거기록으로 다 제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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