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 정상회의 2010]“G20을 글로벌 경제 조정위원회로”…서울서 로드맵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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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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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4차례 회의와 달리
환율 등 구체 미래방향 제시

12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모인다. 6월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4차 정상회의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G20 정상들은 1998년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만 해도 경제위기가 끝나면 G20 정상회의도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존 주요 8개국(G8)만으로는 거미줄처럼 얽힌 경제현안을 조율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 G20을 ‘세계 경제에 대한 최고위 협의체(프리미어 포럼)’라고 규정하며 상시적인 협의체로 가기로 했다.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상시적 협의체로 도약시키는 핵심 역할을 맡은 셈이다.

국제사회는 특히 이번 서울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열린 4차례 정상회의가 ‘경제위기 탈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서울 정상회의는 최대 현안인 환율 전쟁을 종식시키면서도 ‘미래를 향한 방향 제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낸다면 한국은 국격(國格)을 한 계단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낸다면 ‘신흥국에 맡겨놨더니 역시 안 되더라’라는 인식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 1∼4차와 다른 서울 정상회의

2008년 11월 1차 회의(미국 워싱턴)에서 정상들은 금융위기의 ‘원인’을 진단했다. 그해 9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이 휘청거리자 정상들은 긴급히 모여 무엇이 금융위기의 원인인지 파악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회의와 그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선 ‘위기의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글로벌 불균형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금융위기의 원인인 금융회사들을 어떻게 규제할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지 머리를 모았다.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그동안 논의했던 내용들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특히 1차 회의 때부터 뜨거운 관심사였던 IMF 쿼터 개혁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글로벌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각국이 어떻게 할지 액션플랜도 나온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회사들을 직간접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굵직한 이슈들을 서울 정상회의에서 결론짓게 되는 것이다.

또 서울 정상회의의 의장국이자 주최국인 한국이 주장한 개발의제와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대해서도 결론을 낸다. 이 때문에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논의했던 과거 회의와 달리 서울 정상회의는 실질적인 모범답안을 내놓게 된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들어 남유럽발(發)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4차 정상회의에선 재정건전성 이슈에 대해서만 합의했다”며 “그 때문에 G20 정상들이 지금까지 논의했던 대부분 의제를 서울 정상회의에서 결론짓게 됐다”고 말했다.

○ 예상치 못했던 변수 ‘환율’

“9월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의제들을 하나둘 준비했다. 풍성한 성과를 내는 정상회의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익명을 요청한 정부 고위 관계자)

하지만 9월 들어 G20 준비위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통화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위안화 환율을 급속하게 절상할 근거가 전혀 없다. 위안화 환율은 경제 문제로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정면 대응했다.

미중 환율전쟁에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유럽도 가세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지난달 초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위안화 환율이 철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연일 치솟는 일본은 외환시장에 공개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애초 환율 문제가 G20 정상회의에서 다뤄지면 다른 의제들이 묻힐 수 있다며 환율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이던 G20 준비위는 어느새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포함한 G20 의제들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5개국을 방문하며 물밑에서 환율 문제를 조율했다.

지난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는 환율 전쟁의 분수령이었다.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확전을 막을 수도 있었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 비율을 조정함으로써 환율 문제를 간접적으로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환율 전쟁의 불길이 잡혔다. G20 재무장관들은 시장결정 환율제도에 대해 합의했을 뿐 아니라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다. 서울 정상회의가 환율 전쟁터로 변할 뻔했던 것을 막은 셈이다.

○ 더 큰 대한민국으로 도약 기회

12일 정상들은 재무장관들의 환율 합의를 환영하면서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 비율까지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이 같은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합의한다면 환율 전쟁은 상당 기간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미국의 2차 양적완화에 대한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한국이 역사적인 합의를 조율해낸다면 한국의 국격은 크게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을 때 24조6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는 직·간접 경제적 효과가 3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당장 드러나는 가시적인 효과뿐 아니라 한국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9월 말 동아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G20 서울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존 커튼 G20 리서치그룹 공동디렉터는 “환율 전쟁이 최고조에 이른 때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큰 다행이다.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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