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악연… 냉랭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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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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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 상가서 ‘어색한 동석’… 말 한마디 안나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당사자 격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9일 저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남편상을 당한 강현희 대통령제2부속실장을 문상하는 자리였다.

이날 저녁 상가엔 정 최고위원이 먼저 도착해 조문을 마친 뒤 다른 조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지나 장례식장을 찾은 박 차관이 다른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정 최고위원과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됐다. 이 같은 만남을 예상하지 못한 듯 두 사람의 표정은 어색해 보였다.

정 최고위원과 박 차관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마주 보고 앉았지만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박 차관은 다른 조문객이 자신에게 ‘왕(王)차관’이라고 하자 웃으며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고 환담은 더 오가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한 조문객이 두 사람에게 술을 돌리자고 제안했다. 정 최고위원과 박 차관은 각각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을 돌리며 잔을 주고받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10분 정도 이어졌다. 두 사람의 ‘악연’ 탓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박 차관이 먼저 정 최고위원에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하고 자리를 뜨면서 어색한 만남은 정리됐다.

박 차관이 자리를 뜬 뒤 정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은 만큼 철저히 재수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차관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박 차관을 지목하며 날을 세워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낸 박 차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맞서 박 차관 측은 “내부 권력투쟁”이라고 맞받아쳐 두 사람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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