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당사자 격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9일 저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남편상을 당한 강현희 대통령제2부속실장을 문상하는 자리였다.
이날 저녁 상가엔 정 최고위원이 먼저 도착해 조문을 마친 뒤 다른 조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지나 장례식장을 찾은 박 차관이 다른 조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정 최고위원과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됐다. 이 같은 만남을 예상하지 못한 듯 두 사람의 표정은 어색해 보였다.
정 최고위원과 박 차관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마주 보고 앉았지만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박 차관은 다른 조문객이 자신에게 ‘왕(王)차관’이라고 하자 웃으며 “그런 얘기는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고 환담은 더 오가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한 조문객이 두 사람에게 술을 돌리자고 제안했다. 정 최고위원과 박 차관은 각각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폭’을 돌리며 잔을 주고받았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10분 정도 이어졌다. 두 사람의 ‘악연’ 탓인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박 차관이 먼저 정 최고위원에게 “먼저 일어나겠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하고 자리를 뜨면서 어색한 만남은 정리됐다.
박 차관이 자리를 뜬 뒤 정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의혹이 풀리지 않은 만큼 철저히 재수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차관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은 민간인 사찰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박 차관을 지목하며 날을 세워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낸 박 차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에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맞서 박 차관 측은 “내부 권력투쟁”이라고 맞받아쳐 두 사람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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