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도 모으기 힘들다는 CEO가 110여명이나…‘별들의 향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2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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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비즈니스 서밋이 1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첫 공식 일정인 환영 리셉션과 만찬에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110여 명과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주한 외교사절, 국내외 경제단체장 등 350여 명이 참석했다.

비스타홀에 마련된 만찬장에서는 열 명 이상이 모이기도 힘들다는 유명 CEO가 100여 명이나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은 2시간 반 가량 이어진 만찬을 통해 비즈니스 서밋의 성공을 기원했다.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거물들의 만찬

8일부터 시작된 CEO들의 입국 행렬은 이날 절정을 이뤘다. 11일 새벽 입국할 일부 CEO를 제외하고 110명이 넘는 CEO들이 행사 참석 등록을 마쳤다.

환영 만찬은 한마디로 '별들의 향연'이었다. 외신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거물급 CEO들이 속속 만찬장에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전쟁 같은 경쟁을 벌이는 CEO들도 세계 경제 발전을 논하는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협력자로, 동료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한국 CEO 중에서는 외국 출장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제외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14명이 참석했다. 삼성에서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신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11일 개막총회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국내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장남인 동관(27) 씨를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만찬장 앞에 마련된 포토월에서는 최신 정보(IT) 기기를 활용해 사진을 찍고, 원하는 참석자에게는 즉석 인화를 해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적 배경과 첨단 IT를 접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미디어월과 참석 CEO 120명 전원의 캐리커처를 상영한 대형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텔레비전은 참석자들에게 IT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만찬장에는 CEO는 물론 수행원, 배우자까지 함께 해 북새통을 이뤘다. 주한 외교사절과 재외 공관장들도 참석해 해당 기업 CEO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사공일 G20 준비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글로벌 기업 CEO들이 한데 모여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에 미주 지역과 IT 기업을 대표하는 제임스 발실리 RIM 회장,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앙 지앙칭 중국공상은행 회장, 컨비너 대리인을 대표하는 브라이언 브링크 앵글로 아메리칸 CEO 등이 각각 참가 소감을 밝히며 화답했다.

만찬은 5개의 코스로 구성된 한식 퓨전 메뉴가 나왔다. CEO들의 출신 국가나 취향이 각양각색인 점을 고려해 돼지고기 등을 뺀 이슬람식 메뉴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따로 마련됐다.

만찬에 앞서 진행된 '그린타이 세러모니(Green tie ceremony)'도 눈길을 끌었다. 오영호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의전 요원들이 리셉션 시작 10분 전에 녹색 넥타이를 함께 메고 예를 갖춘 것. 녹색 넥타이는 푸른 서울과 청정에너지의 상징으로 녹색 서밋(Green Summit)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유명 디자이너인 케이 킴 씨가 디자인한 의전 요원들의 정장도 차분하면서도 아름답다는 호평을 받았다.

만찬을 통해 교류를 시작한 CEO들은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개막총회에 이어 본격적으로 4개 분과 별 라운드테이블 협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비공식 작업, 개인 비즈니스도 활발

12개 분과 별로 사전 보고서 작성을 주도해온 컨비너(의장)들은 비공식 회의와 인터뷰 등을 통해 바쁘게 움직였다. 세계 최대 풍력회사인 베스타스의 디틀레우 엥엘 회장이 이끄는 녹색성장 분과 3개 워킹그룹의 컨비너들은 10일 비공식 조찬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9일 공개된 사전 보고서가 G20 정상회의에 최대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데 힘을 쏟았다.

CEO들의 개인적인 비즈니스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그룹 페트로베트남의 딘 라 탕 회장은 비즈니스 서밋 기간 동안 코트라, SK 등 8개 한국 기업과 255억 달러 규모의 석유, 건설 사업과 관련된 양해각서(MOU)를 맺는다고 밝혔다.

국내 그룹 회장들도 해외 CEO들과 잇단 미팅을 계획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12일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과 면담할 예정이고, 정만원 SK텔레콤 사장도 같은 날 블랙베리로 유명한 RIM의 짐 발릴시 CEO와 회동할 계획이다. 이윤우 삼성전사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12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토드 브래들리 HP 부사장, 윔 엘프링스 시스코 부회장 등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마루안 라우드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전략 및 마케팅 총괄 회장과 만나 대한항공의 항공기 부품을 EADS에 추가로 납품하는 문제와 양사 간 공동 R&D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2014년까지 EADS의 자회사인 에어버스로부터 A380 1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리오틴토, 메첼, 세베르스탈, 알스톰, 베스타스 등 에너지 자원 회사 관계자와 적극 회동할 예정이고, 김승연 한화 회장은 패트릭 크롱 알스톰 회장과 미팅이 잡혀 있다.

●붐비는 워커힐, 서비스와 경비 만전

비즈니스 서밋 행사장인 워커힐 호텔은 하루 종일 호텔을 찾는 유력 인사들의 검은 차량 행렬이 이어지면서 경비가 강화됐다. 경찰과 청와대 경호 담당자, 호텔 보안담당 직원 등 수 백 명이 호텔 안팎에서 경비 태세에 돌입했다. 회의장과 연회장, 미디어센터 등 곳곳에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다. 워커힐 호텔 주변에는 10일과 11일 이틀 간 18개 중대, 1800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는 CEO 가운데 90% 이상이 워커힐 호텔과 W호텔에 투숙하면서 호텔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워커힐 호텔은 'VIP 전담 서비스팀'을 구성해 최정예 의전 담당 직원들을 동원했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CEO들을 전담 마크하고, 객실에서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유덕영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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