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윤리실, 불법사찰 무마 위해 與의원-금감원 동원하려 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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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결과 발표때 공개안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여당 국회의원과 금융감독원을 움직여 사건을 무마하려는 대책을 세웠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3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하기 1주일 전인 7월 2일 윤리지원관실에서 ‘KB 강정원 행장 비리 관련 보고(김종익 관련)’라는 제목의 A4 용지 2장 분량 문건을 작성했다”며 “이 문건을 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의 컴퓨터에서 복원해 확보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문건에는 ‘본건을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에게 통보해 선(先) 의혹 제기로 김종익 측 지원 세력들의 예봉을 꺾고 국회에서 의혹 제기, 금감원 등에서 진상조사·보고토록 조치 등’이라고 적혀 있었다.
▼ 공직윤리실 ‘靑-대검도 남경필 의원 내사’ 문건 작성 ▼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찰을 당했던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관련된 의혹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관련 의혹을 권 의원에게 알려줘 국회에서 문제 제기를 하도록 한 뒤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가도록 선제 조치를 취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문건은 김 전 대표와 관련해 ‘(KB은행이) KB 내부 하청조직인 신용협동조합을 KB한마음이라는 자회사로 변경 설립하면서 100명이 넘는 퇴직 점포장 중에서 김 씨에게 아무 이유 없이 신협 주식을 액면가에 매각해 KB한마음을 사실상 김 씨 개인 회사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또 강 전 행장과 관련해서는 ‘강 행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한 이유는 노무현 정권의 인적 청산 필요성 외에 자신의 스톡옵션을 확보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적혀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같은 대책은 권 의원이나 금감원에 전달되지 않은 채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검찰은 9월 초 이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2008년 9월 25일 작성한 ‘남경필(의원) 관련 내사건 보고’란 제목의 문건도 복원했다. 이 문건에는 ‘청와대(민정2), 국정원, 대검에서 첩보수집 차원에서 강남경찰서 정모 조사관과 이○○(남 의원 부인의 동업자)를 찾아가 내사했으나 정 조사관은 이 사건에 연루되는 게 싫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뭔가 묻고 의무 아닌 일을 시킨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만 대답도 안 했고 아무 일도 안 했기 때문에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민간인 사찰이라는 수사 본류와는 관련이 없어 조사를 끝낸 사안”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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