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국악 + 亞 전통음악 ‘비빔밥 공연’ 좌석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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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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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가보니

《해질 무렵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 9시경 장대비로 변했다. 하지만 야외공연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람객들은 자리를 뜰 줄을 몰랐다. 경쾌한 퓨전 국악 연주가 끝나자 ‘앙코르’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고 비옷을 챙겨 입은 일부 관객은 어깨춤을 췄다. 깊어가는 가을밤 호젓한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젊은 국악인의 열정 넘치는 무대에 추위도, 가을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1일 시작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작 ‘천년의 사랑여행’. 100명이 넘는 출연진과 대형 배 모형, 레이저로 표현한 태풍과 파도 등 화려한 볼거리가 두드러졌다. 사진 제공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1일 시작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작 ‘천년의 사랑여행’. 100명이 넘는 출연진과 대형 배 모형, 레이저로 표현한 태풍과 파도 등 화려한 볼거리가 두드러졌다. 사진 제공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 오전 2시까지 열정의 국악무대

2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올해 10주년을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1∼5일)에서 ‘소리 프런티어’ 공연이 첫선을 보였다.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명’ ‘정민아·서도영’ ‘아나야’ ‘이스터녹스’ ‘프로젝트 시나위’ ‘프로젝트 락’ ‘소나기프로젝트’ ‘더 그림’ ‘오감도’ 등 젊은 국악그룹 9개팀이 참가해 총상금 2000만 원을 걸고 펼친 국악 경연이다.

당초 이튿날 오전 3시 반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대는 굵은 비 때문에 오전 2시쯤 끝났다. 하지만 200여 명의 관객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관람객 50여 명이 공연장 뒤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며 국악공연을 즐기는 이색 풍경도 연출했다. 광주에서 남편, 세 아이와 함께 온 이선영 씨(34)는 “국악과 캠핑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추울까 봐 침낭과 매트리스도 준비했다”면서 “이렇게 젊은 국악인들이 서양악기와 함께 국악을 쉽게 풀어내니 새롭고 흥겹다”고 말했다.

자체 기획 ‘천년의 사랑여행’인도 등 5개국 참여 큰 호응

이번 무대는 참가 그룹들에도 특별한 기회였다. 국내외 심사위원 5명의 평가 결과 ‘아나야’는 KB소리상을, ‘소나기프로젝트’는 수림문화상을 받아 각각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았다. 아나야는 가요보컬을 투입해 다른 퓨전국악그룹과 차별성을 나타냈고 소나기프로젝트는 5대의 장구를 무대에 올려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아나야의 민소윤 씨는 “후반에 쟁쟁한 팀이 많아 걱정했는데 뜻밖에 상을 받게 됐다. 국내 시장 개척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나기프로젝트의 장재효 씨는 “저희 음악을 인정해줬다는 것만으로도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기획 공연으로 ‘대표 상품’ 만든다

지역 공연축제의 경우 단순 초청공연이 대부분이지만 이번 소리축제는 직접 기획한 공연을 전면에 내세웠다. 개막작으로 자체 제작한 특별기획공연 ‘천년의 사랑여행’. 2일 전주 모악당 공연은 2163석 전석이 매진됐다. 공연은 재담꾼 도깨비들이 사회자로 나와 사랑을 주제로 한 국내외 전통음악과 무용을 다채롭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90분 공연에선 백제가요 산유화와 정읍사, 서해안용왕굿부터 인도의 전통무용인 ‘카탁댄스’, 캄보디아 왕실무용단의 댄스, 대만 우타이 산의 소수민족 루카이족의 전통춤까지 펼쳐진다.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이란 내용은 단순한 편이지만 100명이 넘는 출연진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대형 배 모형, 레이저로 표현한 태풍과 파도 등 화려한 볼거리가 두드러졌다. 팔과 다리가 빠르게 엇갈리는 춤인 카탁댄스는 생소한 볼거리였지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젊은 국악그룹 심야 경연엔 텐트족들 밤새우며 즐기기도

‘천년의 사랑여행’ 외 이자람의 ‘사천가’, 어린이국악뮤지컬 ‘독도탐험대’, 장단놀이 뮤지컬 ‘안녕, 핫도그’도 매진돼 예년에 없던 인기를 모았다.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단순한 축제란 생각보다는 ‘국악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행사다. 대중을 상대로 한 ‘국악 보급’,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한 ‘국악 교육’, 그리고 국악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악 창작’의 3대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축제는 5일까지 이어진다. 4일에는 창극 ‘수궁가’, 라트비아 출신의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 초청 무대, 아프리카 퓨전음악그룹 ‘아싸오’, 대금 공연인 ‘이창선의 대금스타일’을 선보이고 5일에는 판소리와 시, 록, 애니메이션이 융합된 실험무대 ‘소리 오작교’와 폐막공연 ‘함께 부르는 노래’가 열린다. 1588-7890

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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