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디지털 키즈’는 마냥 행복한 걸까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그들이 위험하다/존 펠프리, 우르스 가서 지음·송연석 최완규 옮김/384쪽·1만5000원/갤리온
◇아이브레인/개리 스몰, 지지 보건 지음·조창연 옮김/328쪽·1만6000원/지와 사랑

보통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엄 세대 등 언제 태어나 어떤 문화를 향유하느냐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두 책은 오늘날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 문화를 접하고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는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으로, 그렇지 못한 기성세대를 ‘디지털 이민자’로 구분하며 이 두 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파고든다.

‘그들이 위험하다’는 디지털 원주민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미국 하버드 로스쿨과 스위스 세인트갤런대 법대 교수인 저자들은 기성세대가 디지털 원주민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며, 어떤 점을 우려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디지털 세대를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대응책도 제시한다.

저자들의 우려는 우선 저작권 문제다. 미국 음반산업협회는 2003년 개인 간 파일공유(P2P) 업체들과의 저작권 재판에서 첫 승리를 거두자 일반인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열두 살 소녀 브라이아나 라하라는 인터넷에서 노래 1000곡을 내려받아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다가 20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법적 대응에 따라 불법 내려받기(다운로드)는 줄어들었지만 음원업체들은 음악시장의 침체로 심각한 매출 하락을 겪어야 했다.

저자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법이 행동을 억제하기보다 공정한 경쟁 무대를 만들어주는 심판이자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프로젝트는 좋은 예이다. 이 프로젝트는 저작권자가 저작권이 있는 동영상을 타인이 비상업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허가권을 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들은 여기에 올려진 동영상을 복제, 배포, 전시할 수 있다. 저작권자가 모든 권리를 보유하는 대신 일부만 보유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하고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디지털 원주민’은 대인관계의 기술을 관할하는 뇌의 신경회로가 나이 든 세대보다 취약하다. 그림 제공 갤리온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하고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디지털 원주민’은 대인관계의 기술을 관할하는 뇌의 신경회로가 나이 든 세대보다 취약하다. 그림 제공 갤리온
2005년 5월 일반인들이 만드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미국 작가 존 세이겐탈러에 대한 내용이 추가됐다. ‘세이겐탈러는 1960년대 초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의 보좌관이었는데, 그는 존 F 케네디와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날조된 것이었고 세이겐탈러의 친구의 항의로 곧바로 삭제됐다. 이 사례는 인터넷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단적인 사례다. 저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의 신뢰성을 특정 세력 일부가 떠맡지 않는 분산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개인적, 사회적으로 핵심 이해 당사자들이 생존력 있는 ‘정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복합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보의 과부하도 디지털 세대의 그늘이다. 인터넷 중독은 극단적인 정보 과부하로, 2007년 미국의 청소년 게이머 중 8.5%가 비디오 게임 중독 증세를 보였다. 정보의 과부하는 학업능력의 저하, 집중력 감소뿐만 아니라 심장박동수의 증가, 편두통 등을 유발한다. 올바른 정보의 선택과 그에 따른 판단도 방해한다. 저자들은 정보의 홍수를 처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받아들이는 ‘정보 가지치기’를 제안한다.

저자들은 디지털 세대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보, 또래집단, 기성세대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들은 이 결과가 꼭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으며 디지털 세대가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할 수 있게 부모와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브레인’은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민자의 뇌 발달 격차에 주목한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들은 젊은 세대의 뇌는 유아기 때부터 디지털적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대인관계의 기술을 관할하는 신경회로는 나이 든 세대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나이 든 세대는 첨단기술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데, 이에 따라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뒤처지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이려면 뉴런이 다른 세포나 뉴런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두 살 때 세포들의 연결(시냅스)이 가장 활발하며, 사춘기가 되면 시냅스들은 60%가량 추려져 성인기를 대비한다. 이것은 신경회로의 연결 가능성이 필요 이상 많아지는 것을 막고, 소량의 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뇌는 지나치게 정보가 많으면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의 뇌는 자극과 변화된 환경에 쉽게 반응하고 어른들은 그렇지 못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의 차이를 보인다.

아이들은 사회적 지식을 높이고 어른들은 하이테크 노하우를 배우는 방법을 저자들은 제시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타인의 말을 듣고 나서 대답하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기,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기 등의 대화법을 통해 사회성을 높이라고 권한다. 기성세대에게는 디지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세대와 활발히 교류하라고 조언한다. 또 사용자가 컴퓨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게임은 뇌의 신경망 강화와 대인관계 기술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