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20선]<9>바다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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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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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인어이야기를 아시나요

◇바다기담/김지원 엮음/청아출판사

《“꽃섬 이야기라든지 바다의 여신을 달래기 위해 소년 제물을 놓고 가는 이야기 등은 나도 이 이야기를 엮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민담에도 인어 이야기가 있다는 것 역시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이다. 외국 전설에 등장하는 줄 알았던 인어를 우리 민담에서 발견하게 되니 참 놀라웠다.”》
우리는 나라 밖이 온통 바다다. 고대부터 옛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바다와 친숙하게 생활했다. 늘 배를 탔고 늘 어로를 했다. 그렇다보니 바다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우리 조상의 역사는 바다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바다에 관해 구전돼오는 이런저런 이야기 80여 편을 한데 모아 엮은 설화집이다. 섬의 탄생, 바다를 지배했던 용왕, 바다 동물과 사람들의 흥미로운 인연, 바다를 무대로 왜구와 싸웠던 영웅, 지역과 지명에 얽힌 전설과 유래 등 바다가 들려주는 기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대대로 전해오는 민족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1부 옛날 옛적에, 2부 기기묘묘한 이야기, 3부 바다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 이야기, 4부 용궁 이야기, 5부 사랑 이야기, 6부 바위에 얽힌 이야기, 7부 지역과 지명의 유래, 8부 섬 이야기로 꾸몄다.

바다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로는 율곡 선생이 호를 율로 쓰게 된 이야기, 조기잡이를 처음 알려준 임경업 장군 이야기 등이 흥미롭다.

율곡의 제자 가운데 영리한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이의 집이 어딘지 궁금해하던 율곡은 어느 날 그 아이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랬더니 큰 연못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다음 날 율곡이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거라. 대체 밤에 어디를 갔다 오는 게냐?”

아이는 괴로운 얼굴로 한참을 주저하다 결국 입을 열었다.

“저는 실은 동해 용왕의 왕자입니다. 선생님의 학문이 그리 높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왕께서 선생님한테 가서 글을 배우라고 명을 내리셨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공부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용궁에 가서 부왕께 무엇을 배웠는지 말씀드리고 안부를 여쭙고 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명성이 용궁에까지 알려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 율곡.

“얘야. 나도 한번 용궁 구경을 하고 싶구나. 너를 따라가 볼 수 있겠느냐?”

율곡은 그렇게 용궁으로 향했고 거기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팔자라는 이야기였다. 이것이 결국 율곡이라는 호를 짓는 데까지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많은 바다 이야기 가운데 용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법. 인간들의 어려움을 돕는 지혜롭고 전지전능한 모습이다가 때론 시기와 질투를 일삼는 속 좁은 모습이기도 하다. 서양 동화에만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인어 이야기도 나온다.

바다 이야기에는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개벽 이전 섬의 탄생에서부터 바다를 지배하는 용왕님, 은혜 갚은 물고기, 바다를 호령한 영웅들, 어부와 해녀 등. 글을 읽다 보면 우리네 삶의 모습과 꼭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는 대부분 권선징악이다. 자라나 물고기 등 작은 미물에도 도움을 주었더니 복을 받았다는 이야기, 악은 꼭 하늘의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등.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삶의 도를 가르쳐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 편 한 편 글들은 짧고 재미있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휴가 막바지, 편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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