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22명의 예술가, 시대와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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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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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의 예술가, 시대와 소통하다/전영백 엮음/540쪽·2만8000원·궁리
한국현대미술 리더 22인 “내 작품을 말한다”

하종현 김구림 송수남 임옥상 안규철 구본창 이용백 정연두 최우람 씨 등 1970년대 이후 활동한 미술인 22명을 만나 작품과 시대상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정리했다. 이 작업은 2009년 봄 엮은이와 그의 제자인 홍익대 대학원생 28명이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정리하면서 시작됐다.

글쓴이들이 만난 미술인들은 인터뷰에 솔직하게 임했다. 수묵화가 송수남 씨는 “수묵화는 정신성의 표출”이라며 “작가의 정신이 맑아야 작품 역시 맑게 보이는 법”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1970년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적 수묵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조각한 김영원 씨는 처음에 추상적인 조각을 하다 사실적 양식으로 바꿨다. 그는 “현실을 바탕으로 해야 시대를 초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조각상을 부순 뒤 재조합하거나 부분만 전시하는 실험을 진행했던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소용돌이 친 지역 갈등과 세대·계층 간 갈등을 바라보면서 껍질을 벗지 않으면 새롭게 출발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사진작가 구본창 씨 역시 시대 분위기가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85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무척이나 고독했다”며 “그때 작품들을 보면 고독하고 어두운 면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책은 회화 일색에서 탈피해 설치와 행위라는 새로운 분야가 정착되는 1970년대, 현실과 역사의식이 담긴 1980년대, 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해 세계성을 확보한 1990년대, 일상과 예술을 연결한 2000년대로 시대를 구분했다.

인터뷰를 한 학생들은 자신이 만난 미술가들의 특징을 뽑아내 그것에 어울리는 별칭을 붙여 주었다. 전위적인 실험미술가 성능경 씨는 ‘꿈꾸는 돈키호테’로, 민중미술작가 주재환 씨는 ‘유쾌한 씨’라고 소개했다.

책장 중간 중간에는 미술가들의 작품 사진이 실렸고 약력도 함께 정리돼 있다. 학생들이 인터뷰한 장소와 날짜를 기록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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