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우주에서 온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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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0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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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스타 ‘홍대인디열전’
● '공사장 철근을 씹어 먹으며,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리는' 사나이들
● 단순-무식-과격으로 이뤄낸 현존 최강의 록 밴드

한국 인디문화의 자존심 ‘갤럭시 익스프레스’
한국 인디문화의 자존심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들은 남다르다.

처음 만나는 순간 당신이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다. 지구상 어디에 내놔도 금세 돌아올 것 같은 우주 히피같은 음악과 외모,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파워풀함까지….

반항의 상징인 검은 가죽 재킷을 몸에 두르고 무대에 오른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듣기론 검은색을 밴드의 상징 이미지로 내세운 것도 그들의 과거를 들추지 않기로 한 이들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한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장점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공중부양-숙녀기절시키기' 공연은 그저 꿈꾸는 자들을 위한 액션영화일 뿐이다. 고민과 방황이 많을 20대 후반이지만 억제하지 않고 다 분출해버리며 산다. 그게 바로 로커이기 때문이다.

■ 우리가 꿈꿔온 한국형 로커, 바로 그 주인공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각기 다른 밴드에서 어처구니없이 썩어가던 육신을 서로가 단번에 알아보고 판을 짠 조직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벌어지는 무대와 공연이 더없이 소중할 터이다.

국내 록 페스티벌의 섭외 0순위 밴드. 이들이 등장하는 무대 주위엔 약속이나 한 듯이 미니스쿠터 3대가 등장해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마치 한국 록의 다음 장면을 맡은 주인공들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만화스러운 제목과는 상관없이 음악은 한없이 경쾌하고 유쾌한 오랑캐 스타일의 록음악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200%를 더 한다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시작부터 남달랐던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200년대 중반 인천 인디밴드의 자존심 루비살롱에서 이규형 사장과 동거동락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실상은 그 훨씬 이전부터 모든 공연장의 문을 부셔가며 젊은이들의 막힌 숨통을 틔워가며 시작됐다.

이들은 본격 음악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본격 음악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출연하기도 했다


밴드 모글리에서 기타를 치던 박종현과 언젠가 TV에서 바지를 훌렁 내려버린 장면에 동석하고 있었던 밴드 '럭스'의 기타리스트, 그러나 지금은 베이스를 어깨에 걸친 이주현은 우연치 않게 강원도 양구에서 각종 체육을 연마하던 김희권을 만나게 됐다.

윤도현의 방송 멘트를 인용한다면 "한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음악을 해보기 위해서 출발한 이들"의 여행은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음반상을 받으며 종횡무진 '탈진 로큰롤'이라는 신장르를 급부상시켰다. 데뷔한지 불과 3년 만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실력 있는 밴드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음반상, 홍대 밴드 섭외 0순위

'단순-무식-과격'이란 3박자와 조화를 이룬, 마치 동화 같은 밴드의 음악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음악의 포장은 그런지에 가깝고 근본은 하드록의 바탕 위에 서있다. 철저하게 '원 테이크(1take)방식(동시 녹음)'을 추구하는 멤버들의 음악철학은, 언제나 고순도의 록스피리트와 그들만의 폭발적인 사운드 에너지를 극으로 뽑아낸 앨범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는 발매가 이어질수록 거칠다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점차 고급화된 음질로 보강되어 왔으며, CD를 돌렸을 때 느껴지는 갓 볶은 커피의 향 같은 신선함으로 곧장 내지르는 환호성은 보완돼왔다.

단, 제대로 즐기기 위한 조건이 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자본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인공사운드와는 기초공사부터가 전혀 다른 것이다. 이들은 진정한 인디밴드이며 최근에 자립하여 '러브록레코드'까지 만들어냄으로써 이제 스스로를 가꿀 수 있는 훌륭한 물적 토대까지 갖추었다. 매회 공연마다 이들의 함성과 포효를 들을 준비를 완벽하게 한 집단들로 장사진을 이룰 정도다.

서른 전에 이미 많은 것들을 이룩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최근에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라는 한국최초의 로큰롤영화로 극장 스크린에 자기들을 노출시키기에 이르렀다.

홍대 섭외 1순위인 이들의 공연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홍대 섭외 1순위인 이들의 공연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타바코쥬스'의 드러머인 백승화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란 영화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한국 음악가들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실제로 그 영화를 보러갔던 음악동료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들고 갔던 기타를 자리에 두고 나왔다'고 할 만큼 한국음악계의 어두운 구석만을 찾아내기에 급급한 대중매체들이 존재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 인디영화로 보기 좋게 한방 날린 것이다.

더 이상의 인간극장도 마녀사냥도 없다. 신파적인 구도에 젖어있는 일부매체에게 정중앙으로 소통한 이 영화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정확한 시선과 중심을 잡아준다.

■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라! 우리는 충분히 성공했다"

비상식적인 논리가 점철된 사회에서 이들은 오히려 정도를 걸어가고 있다. 화려하고 격렬한 록스타의 길을 가면서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정상인의 모습으로 그들의 음악을 전파하고 있다.

오히려 삐딱한 것은 이들의 삶이나 음악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시선인지도 모른다. 최근 30일 만에 앨범내기 대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Wild days'로 또 다른 행보를 시작하고 있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을 본 적이 없다면 우선 건강검진을 받아보고 찾아가길 권한다.

당신의 심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멈춰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시사회에서 만난 이들은 "개봉해서 돈 벌면 새 컴퓨터를 사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하루하루 이 소박한 꿈에 다가가고 있다. "록스타의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해야 할 날이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다.
김마스타 / 가수 겸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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