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데뷔 9년차, 걸그룹 멤버…뮤지컬 ‘대장금’으로 돌아온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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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0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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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대장금\'에서 장금 역을 맡은 다나(왼쪽)과 민정호 역의 박상진. 사진제공: PMC 프로덕션
뮤지컬 \'대장금\'에서 장금 역을 맡은 다나(왼쪽)과 민정호 역의 박상진. 사진제공: PMC 프로덕션
2005년 데뷔한 그룹 '천상지희'(다나 린아 스테파니 선데이)는 '걸그룹'이 아닌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했다.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을 겨냥한 그룹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을 종횡무진 활동하던 2009년 초반 스테파니의 허리 부상으로 그룹 활동이 불투명해졌다. 나머지 멤버 3인은 6개월간 일본에서 활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린아는 쇼핑몰 CEO로 변신, 선데이는 가수 H-유진의 '사랑경보'에 피처링을 맡았으며 스테파니는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지난달 다나가 뮤지컬 '대장금'의 장금 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년여 만에 팬들 앞에 선 것이다. "기회도 시련도 알맞게 있었음에 감사한다"는 다나를 16일 공연 전 만났다.

■ 데뷔 9년만의 휴식 "다시 달릴 준비하고 있어요"

"거기 무지개가 떠오를까 나의 색동 무지개 끝…"
공연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분장을 끝낸 다나가 인터뷰 장소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목이 풀리지 않아" 기자를 만나기 직전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은 다나에게 인사부터 건넸다.

"일본 활동을 끝낸 뒤 귀국해 말 그대로 푹 쉬었어요. 집에만 콕 박혀 먹고 자고 영화보고 그렇게 한두 달 지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너 너무한다'는 친구들의 성화에 7월 생일을 기회로 세상에 다시 나왔죠. (웃음) 매일같이 친구들 만났고 여행하며 지냈어요."

2001년 데뷔하고 9년 만에 찾아온 휴식이었다. 좋게 말하면 휴식이지만 다른 말로는 공백이다. 요즘 가수들이 미니앨범, 정규앨범, 리패키지앨범으로 고별 무대와 동시에 컴백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긴 시간이다. 조급했을 법도 한데 다나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무대가 그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그동안 재충전의 시간이 없었거든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것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았어요."

"이제 나이도 어리지 않고 옛날처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데뷔한 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또 한번 달릴 준비를 하는 데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오래 활동하신 분들이 들으시면 욕하시겠지만 제 말을 이해해 주셔야 한다"는 말에서 얼마나 간절히 휴식을 원했는지가 묻어났다.


2009년 5월 그룹 '천상지희' 일본 활동을 마무리하고 일년여간의 휴식 끝에 돌아온 다나. 사진제공:PMC 프로덕션
2009년 5월 그룹 '천상지희' 일본 활동을 마무리하고 일년여간의 휴식 끝에 돌아온 다나. 사진제공:PMC 프로덕션


■ 가수 연습생 시절보다 힘들었던 뮤지컬 연습

일년여간의 휴식 끝에 다나는 '데뷔 9년차' 가수가 아닌 '신인' 뮤지컬 배우로 돌아왔다.

"스테파니 부상으로 '천상지희' 활동은 잠정적으로 휴식기에 접어들었어요. 소속사에서 개별 활동을 제안하며 가수들이 뮤지컬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주셨죠. 기본적으로 노래는 하고 싶었던 터라 해보겠다고 답했어요. 그래서 '대장금' 장금이 역의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제가 워낙 어려보이는 이미지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불과 몇 달 전의 일일 텐데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지 "선데이도 오디션을 같이 봤었는데…" 라며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반면 연습 과정은 생생히 기억나는 듯 했다.

"뮤지컬 배우는 가수와 달랐어요. 허스키하고 공기가 많이 섞여있어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도움이 돼 제 자랑거리였던 목소리부터 문제였죠. 뮤지컬에서는 최대한 튀지 않고 예쁜 목소리를 내야해요. 그런데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노래하다 장점을 죽이고 무난하게 노래하려니 재미없다고 느껴질 만큼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소속사에서 데뷔 9년차 '중견' 가수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뮤지컬 연습장에서는 매번 지적당하고 사람들 앞에서 "넌 노래를 너무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혼났다. "12년간 노래만 하면서 살았는데… 정~말 서러웠고 매일 울면서 매니저 오빠에게 왜 이걸 시켰냐고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힘들었던 시간을 '정말'이라는 단어에 담으려는 듯 정~말이라며 길게 말했다.

문득 그의 미니홈피에서 봤던 '두 번 다시 그 때로 돌아가지 않을거야. 내 자신을 내버려두지 않을거야'라는 문구가 기억났다. 꽤 비장해보였다고 하자 한숨이 돌아왔다.

"일단 뮤지컬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 불가능한 현실에 지지 않을 만큼 전 자신이 없었어요. 노력하면 된다고 하지만 더 이상 노력할 힘도 없었거든요. 제 자신을 그냥 놔버렸어요. 잘해도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을 텐데…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어찌해야할지 몰라 온종일 도망만 다닌 적도 있고, 아프다는 핑계를 댄 것도 처음이었단다. 아무리 그래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SM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시절보다 힘들었을까. 그는 단호하게 "그보다 더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눈물로 칭찬받은 첫 공연

매번 혼나는 연습이 힘들었다던 다나에게 가장 좋았던 점을 묻자 "혼나서 좋았다"며 깔깔 웃었다.

"데뷔한지 오래되다보니 소속사에서는 저를 지도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다 저한테 맡기고 제가 알아서 해결해야 해요. 반면 뮤지컬은 처음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주위에서 혼내면서 가르쳐 주세요.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연습 기간 내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이지나 연출은 다나의 첫 공연 뒤 눈물을 흘리며 다가와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때 연출선생님께 처음으로 칭찬받았어요. 그 전에는 다른 사람이 아무리 잘했다고 해도 믿기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진짜 같았고 자신감이 생겼죠. 그 다음부터 날개를 달았고 쉬워졌어요. 이젠 공연이 즐겁고 선생님 마음도 알 것 같아요."

그는 "선생님께 더 혼나둘 걸 그랬다"며 여유를 부렸다. 그러고 보니 다나는 '소녀시대' 윤아, '에프엑스(f(x))'의 노래선생님으로도 알려졌다. 노래선생님 이야기를 꺼내자 "여기와서 이렇게 혼나면서 배우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니 선생님을 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내가 누굴 가르칠 처지가 아닌데…"라며 머쓱해했다. 그러면서도 "노래선생님은 후배들에게 노래를 잘하는 법도 알려주지만 가수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도와주거나 촌스러운 창법을 고급스럽게 손질해주는 역할"이라고 똑소리나게 설명했다. 꽤 엄격한 선생님일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자 "아니에요. 과제를 해오지 않으면 엄격하게 대하지만 후배들이라 워낙 예쁘고 친동생 같잖아요"라며 웃었다.




■ '관객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 받고파'

시트콤으로 데뷔해 솔로가수, 그룹 활동, 해외 활동 그리고 뮤지컬까지. 24살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경험한 그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뮤지컬하면서 이제 가수 활동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노래를 사랑하기 때문에 노래를 계속하고 싶지만 뮤지컬이라는 다른 영역을 경험하며 너무나도 큰 매력을 느꼈고 제가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것처럼 그냥 내버려두셨던 가수완 다르게 이것저것 가르쳐주시고 꾸짖어주시고 칭찬해주시는 분들 사이에서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앞으로 좋은 작품 있으면 또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기에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요. 물론 노래도 계속 하고 싶고요."

뮤지컬 쪽에서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다나는 "무거운 작품했으니 다음번에는 가벼운 '미녀는 괴로워' '그리스'같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 하는 그이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정말 가수 무대에 미련은 없을까.

뮤지컬 '대장금'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커튼콜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PMC 프로덕션
뮤지컬 '대장금'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커튼콜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PMC 프로덕션


"신기한게 팬들의 함성이 그리워 빨리 앨범내고 싶었는데 이젠 그런 게 저랑 안 맞을 것 같은 거예요.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 팬들이 '꺄아' 소리쳐 주시던 것과 뮤지컬이 끝난 뒤 관객들이 박수쳐 주시는 건 다르거든요. '꺄아'가 '언니가 무얼 해도 좋아'라면 박수는 '장금이 수고했어. 감동받았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물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하죠. 그러나 팬들이 발전된 저를 보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그런 재능을 키우고 싶어요."

그렇다고 팬들을 잊은 것은 아니다. 그는 "팬과 가수도 결국 의리"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이 (휴식 기간동안) 기다려주시고 기쁘게 받아주신 것 자체가 큰 힘이 됐다. 저를 지켜주셨으니 저 역시 팬 분들이 원하는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나는 인터뷰가 끝나자 두 손을 앞에 모으고 사뿐사뿐 무대로 돌아갔다. 2시간의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시간. 16살에 데뷔해 귀여운 이미지를 버리고 싶어 무대에서 한 번도 웃지 않아 '홍도도(다나의 본명이 홍성미다)'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다나는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활짝 웃으며 허리를 깊이 숙여 답례했다.

1일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대장금'은 23일까지 경희궁 숭정전에서 오후 8시에 만날 수 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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