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울고 웃고… 문인들의 애틋한 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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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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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김용택 외 지음/256쪽·1만3000원·황소북스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시내의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 소년. 기죽지 않기 위해 ‘신콘사이스 영어사전’을 매일 갖고 다녀 ‘콘사이스’로 불리던 그에게 자신을 과시할 기회가 찾아온다. 어느 날 국어선생님이 수업 중 “문교부 장관이 누군지 아는 사람?” 하고 물은 것이다. 갓 중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이 문교부 장관 이름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소년은 “문교부에서 발간한 책엔 장관 이름이 안 나오나”라는 선생님의 힌트에 힘입어 교과서를 급히 뒤진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엔 문교부 장관의 이름이 떡 하니 써 있었다. ‘문교부장관 검정필’이라고. 자신감에 가득 차 손을 번쩍 든 이 소년이 몇 분 후 선생님과 반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낙심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소설가 이순원 씨가 겪은 실화다.(‘콘사이스여 안녕’)

시인 김용택, 도종환 씨, 소설가 양귀자 씨 등 여러 문인들이 학창시절 수업과 관련한 일화들을 산문으로 풀어냈다. 폭소를 자아내는 일화도 있고, 이들을 문학의 길로 이끌어 주었거나 잊지 못할 감동을 준 은사들에 대한 추억도 있다. 학창시절의 애틋함과 그리움뿐 아니라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뼈 있는 풍자가 엿보이기도 한다.

현재 대학원생인 동시에 시간강사이며, 한때 학원 강사로 밥벌이를 한 김종광 작가의 경험담. “수업에 이골이 났다”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상적인 수업을 풀어놓는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검사조’로 편성하고 나머지 학생들인 ‘검투사’들이 칠판에 푼 답을 검사하게 했다. 작가는 ‘검사조’였다. 그가 틀렸다고 판정한 답을 쓴 친구는 담임에게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 어느 날 그는 맞는 답을 틀렸다고 오판한다. 친구가 맞는 걸 보며 갈등하던 그는 용기를 내 고백한다. “선생님, 제가 잘못했슈. 지가 잘못 봤구먼유. 문석이는 맞췄슈….” 담임은 소리를 빽 지른다. “이 나쁜 놈,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워?” 작가는 담임에게 흠씬 맞으며 ‘차라리 검투사 계급으로 떨어지고 싶다’고 생각한다.(‘악성 종양 같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준 은사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김나정 작가의 ‘걸레 좀 가져와라’, 신학 수업을 들으며 문학을 꿈꿀 수 있게 해준 대학 시절 은사 이야기를 담은 이승우 작가의 ‘신학과 강의실의 문학수업’ 등도 수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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