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전영록의 OST]에어로스미스의 ‘D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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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6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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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Dude(Looks like a lady)'
● 로빈 윌리엄스의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1993)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

남과 여! 여와 남!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는 청춘. 그들에겐 만남이 있고, 사랑을 하고 결합을 약속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이들은 가정을 꾸리며 사랑스러운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우리 주위엔 미처 완성되지도 못하고 중도에 해체되는 아픔을 겪는 가족들도 많다.결국 이곳저곳에 많은 외로운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마치 행복과 불행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인 냥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들 있다. '언젠간 잊혀 지겠지…' 하고 말이다.

■ 가정의 달에 생각나는 바로 그 영화

한 해의 가운데쯤 꼭 박혀 있는 '가정의 달'!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일 년 열두 달, 1년 365일 전부를 가정의 달이나, 가정의 날로 정하면 안 되는 것일까? 만약에 그렇다면 가족이란 단어가 보다 가깝게 느껴질 터인데 말이다. 가정이란 좋은 의미를 5월 한 달만으로 한정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우리에게 가족은 도대체 어떠한 의미인가? 알콩달콩? 아님 아웅다웅? 혹은 그냥저냥? 어쩌면 우리는 그 진정한 뜻을 모를 수도 있다. 여기 가족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일깨워줄 수 있는 작품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난 꼭 서두를 복잡하게 시작하는 게 참으로 병이다).

할리우드에 포진한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서도 가장 재능 있는 연기자로 손꼽히는 인물 로빈 윌리엄스의 1993년 작품이다. 전미 박스 오피스 11주 연속 1위의 초대형 히트작이자, 1994년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하고 그 해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이다.

이 영화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 있어 가족은 과연 어떠한 의미로 존재하는가 라는 진지한 물음을 던진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 아빠(로빈 윌리엄스 분)는 만화영화 더빙 성우, 그래서인지 자신의 아이들과는 거의 친구나 다름없는 다정한 아빠이다. 그러나 아내(샐리 필드)에게는 한 직장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실직을 밥 먹듯이 하는 무능한 가장일 뿐이다.

반면 매사 정확하고 정돈된 성격의 아내는 철없이 사고만 치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이혼을 요구한다. 결국 세 아이의 양육권은 아내에게 주어지게 되고, 무직인 남편에겐 주 1회 방문만 허락된다.

이렇게 허무하게 '낙오자'가 된 남편은 어느 날 아내가 낸 가정부 구인광고를 보고 영화 분장사인 동생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이렇게 요청한다.

"나를 여자로 만들어줘!"
에어로스미스의 듀드가 사용된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에어로스미스의 듀드가 사용된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 에어로 스미스의 듀드, 꼭 맞는 경쾌함

얼마 후, 가족들 앞에는 풍만한 가슴에 높은 하이힐을 신은 나이 먹은 가정부 '다웃파이어 부인'이 나타난다. 그리고 사고 다발형의 이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등장으로 우울했던 집안은 활기가 넘쳐흐르기 시작한다.

영화는 한 가장이 가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의 '희노애락'을 담아 우리에게 아주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출은 가족코미디물의 거장 '크리스 콜럼버스(Chris Columbus)'가 맡았다. 이후 크리스 콜럼버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 1, 2편의 감독을 하였고 '해리 포터' 전 시리즈를 총제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제작은 주연을 맡았던 '로빈 윌리엄스'가 담당, 그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였다.

영화가 한 시간 정도 흐를 즈음, '로빈 윌리엄스'의 천부적인 코믹 연기와 함께 어우러졌던 음악, 그룹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경쾌한 록뮤직 Dude (looks like a lady), 아마도 감상하셨던 분들은 지금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극 중에서 청소기와 빗자루를 들고 아주 요염하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다웃파이어 부인'의 모습을 말이다.

이 장면은 Dude (looks like a lady)의 '기품 있는 귀부인을 흉내 내는 모습이 잘난 체하는 멋쟁이를 연상시키는군요'라는 노랫말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여장 남자가 펼쳐보일 좌충우돌의 행동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냈다.

이 장면이야 말로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최고의 작품으로,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준 계기가 되어, '할리우드 영화 100년사'에 꼭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작품은 '같이 있든, 떨어져 있든, 늘 서로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요, 가정'이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누구라도 이 영화를 단순 코미디물로 생각하고 접하겠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난 후에는 희극이 아닌, 감동 벅찬 휴먼 드라마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로빈 윌리엄스의 걸작 미세스 다웃파이어
로빈 윌리엄스의 걸작 미세스 다웃파이어


■ 에어로스미스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더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우리에게 유명한 여배우 리브타일러의 아버지이다. 그런 인연이었는지 리브타일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아마겟돈'에서 에어로스미스가 주제가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을 불러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 '아마겟돈'의 촬영 당시 남자 주인공이었던 부르스 윌리스가 아름다운 신인여배우 리브타일러에게 지속적으로 추파를 던졌고, 이를 지켜보다 못한 아버지 스티븐 타일러가 딸을 지키기 위해 영화 촬영 현장에 총을 들고 나타나서 부르스 윌리스에게 엄중 경고를 했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마치 영화의 주제가였던 'I Don't Want To Miss A Thing'처럼 말이다.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부정이 영화에서나 실제에서나 똑 같이 벌어졌던 것이다.

우리 앞으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지 말자! 부여하지도 말자! 그냥 단순하게 감싸주고, 토닥거려주고, 사랑해 보자! 가족의 의미는 말로 표현이 아니 되는 숭고함. 바로 이것 아닐까 싶다.

오늘은 '에어로스미스'의 'Dude'를 틀어놓고 가족과 함께 흔들어볼까? 그것도 빗자루를 들고 말이다!

2010년 4월 중순,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면서
전영록

1970년대 초 황해(본명 전홍구) 씨 가족의 단란했던 모습. 왼쪽부터 황해, 셋째아들 영록, 넷째아들 진영, 부인 백설희 씨.
1970년대 초 황해(본명 전홍구) 씨 가족의 단란했던 모습. 왼쪽부터 황해, 셋째아들 영록, 넷째아들 진영, 부인 백설희 씨.

※ 이 칼럼은 전영록 씨가 어머니인 가수 백설희 씨(본명 김희숙)의 타계 일주일 전에 쓴 글입니다. 대한민국 원로 예인인 고인의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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