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축제… 사랑고백… 아련히 떠오르는 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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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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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야마 만화경/모리미 도미히코 지음·권영주 옮김/264쪽·1만 원· 문학수첩

◇연애 편지의 기술/모리미 도미히코 지음·오근영 옮김/384쪽·1만2000원·살림

한 작가의 신간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일본의 소설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들이다. 국내에서는 청춘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호평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작가로, 주로 ‘쌈마이’ 유머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청춘소설들을 선보여 왔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주로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고 배경은 대학가, 하숙촌 등이 많다. 진지한 주제 의식이나 작품의 미학적 측면에 무게를 두는 독자들 취향에는 그리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작품들은 촌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낭만 넘쳤던 대학시절 추억을 아련하게 환기시키고 때때로 폭소도 자아낸다.

‘요이야마 만화경’은 교토의 축제기간에 일어난 여러 사건을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 형태의 작품이다. 축제가 한창인 거리로 나섰다 서로의 손을 놓쳐 길을 잃게 된 자매, 축제 구경에 나섰다 딸을 잃어버린 뒤 15년이 지나 우연히 그 딸과 재회하게 되는 아버지, 가짜 축제를 꾸며내려는 대학생들의 엉뚱한 계획 등 축제를 둘러싼 여러 군상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환상기담 형태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에서부터 말도 안되는 일을 벌여나가는 철없는 대학생들의 사건사고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까지 다채롭다.

‘연애편지의 기술’은 나쓰메 소세키의 ‘연문의 기술’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해파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모리타 이치로가 교토에서 멀리 떨어진 한 연구소로 오게 된다. 현재는 해파리 따위를 연구하는 학생에 불과하지만 그에겐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벤처회사를 설립하려는 야망이 있다. 소설은 주인공이 지인들에게 보낸 막대한 양의 편지들로 구성됐다. 외떨어진 섬에 놓이게 된 처지를 끊임없이 불평하거나 하소연하면서도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예스러운 문체들을 구사해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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