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정보의 바다’ 헤매다 ‘망각의 바다’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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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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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술 발달이
집중력 떨어뜨리고
비인간성 부추겨

명상이나 훈련으로
자제력과 의지력
향상시킬 수 있다

◇집중력의 탄생/매기 잭슨 지음·왕수민 옮김/500쪽·2만5000원·다산초당

“언젠가는 우리가 두 손을 꼭 잡을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통신으로 영혼의 두 손만 맞잡고 있지만요. 우리 지금 두 손을 잡은 거 맞죠?”

1880년에 나온 소설 ‘사랑은 전선을 타고’는 두 젊은 전화교환원이 사랑에 빠져 약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로 알 수 있듯 인터넷 채팅으로 사랑에 빠지는 요즘 연애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먼 거리의 사람들이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건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할 수 있는 통신 기술, 즉 ‘동시성의 기술’이 발달한 덕분. 그러나 저자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이 같은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인간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비인간성을 부추겨 사회적 쇠퇴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인터넷 관련 기술의 다양한 발달이 집중력 저하의 주범이라고 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인터넷의 가상현실은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지연시킨다. 저자는 인터넷 추모에서 이 같은 현상을 읽어낸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서 죽음이나 슬픔의 유통기한은 굉장히 짧아졌다. 대신 사람들은 죽은 이의 e메일로 편지를 띄우거나,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며 죽은 이를 추모한다. 분노나 슬픔 등의 감정을 실제로 살아가며 겪어내기보다는 웹이라는 가상현실 속에 표출한 뒤 잊어버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기술로 인한 집중력 분산은 인간관계를 단편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가상현실 속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필요나 흥미에 따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인 중 속마음을 터놓을 절친한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하는 이가 4분의 1에 이른다. 1985년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수백 명의 친구가 있지만 한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능력은 저하된 것이다.

집중력 분산은 지적 능력이나 업무 효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06년 미국의 학자 글로리아 마크는 2006년경 첨단 기술 회사 두 곳의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조사한 결과 프로젝트에 실제로 연속해서 할애하는 시간은 11분에 불과했다. 프로젝트에 집중한다고 해도 불필요한 e메일 보내기 등 3분마다 한 번씩은 엉뚱한 일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른바 ‘멀티태스킹’ 풍조의 부작용이다.

저자는 또 멀티태스킹은 수많은 정보를 단편적으로 훑을 뿐 실제로 집중력을 발휘해 지식을 쌓는 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언제든지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 역시 깊이 읽고 사고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저자는 집중력을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명상이나 간단한 훈련만으로도 자제력과 의지력 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지금 우리 손에는 집중력을 알고, 만들고, 한껏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그러지 못하면 우리는 어느덧 쉽게 산만해지고 주변을 쉽게 외면해 버리고 마는 무감각한 시대에 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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