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시간의 정체 파헤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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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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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혼/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진우기 옮김/376쪽·2만 원·예원미디어


그리스 신화에서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로마신화에서는 새턴)는 아버지 우라노스를 죽이고 권력을 잡았다. 크로노스는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자신도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타도되리라는 것을 알고 아이를 낳자마자 삼켜버렸다.

1823년 화가 고야는 이 이야기를 ‘아들을 잡아먹는 새턴’이란 그림에 담았다.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림은 검은색 배경 속에 아버지가 알몸으로 눈을 부라린 채 어린 아들을 잡아먹는 장면을 묘사한다. 힘센 두 손에는 유혈이 낭자한 머리 없는 아기 시체가 들려 있고 이빨은 팔을 물어뜯고 있다.

캐나다 출신의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저자는 신화와 그림처럼 시간은 비극이라고 말한다.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일방향성은 잔혹하다. 인간은 이 시간에서 내려설 수도 없다. 반면 축복이기도 하다. 우주의 모든 일들이 시간과 더불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의 영원한 난제인 시간의 본질에 대해 묻고 있다. 신화와 철학, 예술, 과학이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풍부한 지식과 통찰, 맛깔스러운 문체로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간다.

시간은 현대의 발명품이다. 현대인은 초, 분, 시, 일, 월 등 쪼개진 시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마치 편안한 옷인 것처럼 시간을 당연시하지만 과거에는 흐른다는 개념만 있을 뿐 시간은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타임머신은 가능할까.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시간순서 보호가설’을 통해 에너지 보존법칙이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듯이, 자연은 언제나 과거로의 여행을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물리학자 존 휠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응용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957년 그는 특별한 중력 상태에서는 우주의 구조가 두 개의 서로 다른 지역 사이에 통로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이론은 훗날 시공간을 극심하게 휘게 만드는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힘을 받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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