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타인을 위한 배려? 이타심? 알고보면 이기심서 비롯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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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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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사 신드롬/메리 라미아, 메릴린 크리거 지음·이창신 옮김/324쪽·1만3800원·미래인

상대를 언짢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한다, 상대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상대보다 내가 더 잘 아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위해 그 모든 것을 해주는데도 상대가 몰라준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 중 해당 사항이 있다면, 당신은 ‘백기사 신드롬’일 가능성이 높다.

백기사 신드롬은 말 그대로 타인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의 증세를 말한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타심도 실은 이기적인 욕구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백기사의 진짜 목적은 자신의 과거 속에 숨은 용을 처단하는 것이다…백기사는 상대를 선택하거나 상대를 대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주로 부부나 연인 관계를 사례로 들며 백기사의 유형, 원인 등을 제시한다. 감정이입이 지나친 백기사는 어린 시절 양육자의 행복을 걱정하며 무거운 책임을 졌던 경우가 많다. 이들은 타인을 구원하면서 내가 구원을 받는 듯한 대리만족을 얻으려 한다.

비뚤어진 백기사는 어렸을 때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낀 이들이다. 상대가 나를 이상화하고 인정하기를 기대하며 상대를 묶어두려 한다. 무서운 백기사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찾아 그들을 구원하려 하지만 동시에 상대가 순종적이지 않으면 관심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학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백기사 신드롬의 가장 좋은 극복 방안은 건강한 자의식을 가진 ‘균형 잡힌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균형 잡힌 구원자는 자기성찰 능력을 갖고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구하는 관계가 아니라 균형과 상호협력으로 이뤄진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역시 특징이다. 상대를 내가 고칠 수 있다는 헛된 희망 대신 상대를 나와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백기사가 자신의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타인을 구원함으로써 자아를 치유하려는 노력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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