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달라도 다함께/다문화학생들 “수업시간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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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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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봉의초 다문화자녀 방과후수업 ‘한빛타래’ 운영 8개월째
판소리-떡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운영비 부족해 교사들 호주머니 털어 쓰기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방과후 한빛타래학교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제공 봉의초등학교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방과후 한빛타래학교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 사진 제공 봉의초등학교
매주 화 목요일 강원 춘천시 봉의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 ‘한빛타래학교’가 열린다.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은 봉의초교 12명을 포함해 춘천지역 9개 초등학교 32명. 춘천지역 다문화가정 초등학생이 모두 174명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다.

이들은 한빛타래학교를 통해 놀랍도록 변했다. 올 11월 5일 봉의초교가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작성한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수업에 대한 적극성, 학교 행사 참여도, 교우관계, 교사와의 관계 등 학교생활 모든 면에서 적응도가 높아졌다. 또 일반가정 학생들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고 이해와 관심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봉의초교 김은희 교사는 25일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제1회 다문화교육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이 내용을 발표해 학생 교육사례 초등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빛타래학교가 문을 연 것은 올해 4월. 그러나 이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지난해 말 강원도교육청의 제안으로 일단 시작은 했지만 처음 하는 프로그램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선뜻 나서겠다는 교사도 없었다. 주위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멨다는 김 교사는 “처음엔 너무 막막하고 힘들어 여러 차례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예산이었다. 학교 별관에 빈 교실이 2개 있었지만 리모델링과 기자재를 마련할 예산이 없었다. 책정된 것은 강사료와 통학차비뿐. 교사들은 자신들의 몫인 강사료로 빈 교실에 페인트를 칠하고 컴퓨터와 각종 기자재를 구입해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또 벽에 부닥쳤다. 봉의초교 이외 학생들의 수송 문제였다. 교통비는 지급되지만 이들 혼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데다 부모들은 학생들을 바래다줄 여건이 안 됐다. 이 때문에 신청을 포기한 학생도 생겼다. 결국 각 학교 교사들이 자가용으로 직접 학생들을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한빛타래학교는 수업이 거듭될수록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지공예, 염색하기, 판소리, 전통음식 만들기, 풍선아트 등 수업이 체험 중심으로 진행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한 것. 또 1개월에 한 차례는 견학행사를 가졌고 방학 때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1박 2일 캠프를 열기도 했다. 이은희 양(봉의초 5)은 수업 후기에서 “요즘은 화요일과 목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친구들과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너무나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성공적인 첫해를 보낸 한빛타래학교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전히 예산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도교육청은 봉의초교 성공에 힘입어 이 프로그램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예산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책정했다. 이에 따라 한빛타래학교 교사들은 체험활동 및 각종 재료 구입에 강사료를 다시 투입해야 할 처지다. 교사들은 언제까지 사명감만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일해야 하는 걸까.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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