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나님 배 속 아이는 누구 자식일까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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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김진규 지음/248쪽·1만 원·문학동네

소과에 몇 번이나 낙방한 백수 처지의 공생원이 집안의 눈치만 보다 나름의 타개책으로 혼사를 치른다. 마나님 최씨의 친정 재력이 실속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키가 한 뼘 크고 몸무게도 너덧 근 더 나가 보이는 마나님이지만 ‘의리 있고 경우 있어 보이는 분위기’라며 마음을 몰아간다. 그리고 소문난 공처가로 살아가던 어느 날, 마나님이 아이를 갖게 된다.

마흔다섯 나이에 첫아이 임신 소식이지만 공생원이 전전긍긍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의원을 찾아다닐 때 공생원에게 문제가 있으니 마나님에게 잘해주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면, 배 속의 그 아이는 누구란 말인가.

이 작품은 ‘달을 먹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던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공처가 공생원이 누구의 자식인지 모를 아이를 얻게 되기까지 전전긍긍하며 보낸 280일을 다뤘다.

공생원은 주변의 모든 미심쩍은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그들을 관찰한다. 의원 채만주, 참봉 박기곤, 두부장수 강자수, 노비 돈이, 알도 임술증, 저포전의 황용갑, 처팔촌 최명구, 악소배 백달치….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만도 한두 명이 아니다.

마나님의 배가 불러 올수록 근심과 한숨이 늘어가는 공생원.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날이 왔다. 산통을 겪는 마나님이 ‘당신 자식이 아닙니다’라고 결정적인 고백까지 하는데…. 남촌의 공생원과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회상과 풍속도를 촘촘하고 유머 있게 구사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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