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시골로 간 뉴욕토박이 ‘녹색 삶’ 무한도전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코멘트
◇굿바이, 스바루/덕 파인 지음·김선형 옮김/252쪽·1만2000원·사계절

뉴욕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뉴멕시코의 시골로 들어가 농장을 운영하며 겪는 좌충우돌 체험기다. 그런데 단순한 귀농이 아니다. 시골로 들어가 오염원을 배출하지 않는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인터넷과 아이팟, 화장실 휴지, 아이스크림 등 문명의 혜택은 포기할 수 없다며 이와의 공존을 실험하는 독특한 ‘에코 라이프 실천기’다.

지구를 구하겠다면서 문명의 결과물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이율배반적인 것 아닌가. 저자는 이미 문명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기자 신분으로 아무리 오지(실제로 르완다, 라오스, 타지키스탄 등 오지와 분쟁지역을 취재한 프리랜서 기자다)를 다녔어도 화장실 휴지에 대한 깊은 애착은 버릴 수 없었다. 휴지는 날마다 내 인생의 일부로 존재했다. 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이 있다. 사회야 어떻게 돌아가건 아이스크림 없이는 못 살았다.”

친환경과 문명을 모두 껴안고 가겠다는 저자의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친환경적인 생활 선포의 상징은 자동차와의 결별이다. 12년간 북미 전역을 32만 km나 달려준 스바루 레거시라는 일제 승용차를 판다. 생태 지향적 삶이라면 여기서 그쳤겠지만 문명의 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저자는 곧이어 포드 트럭을 구입해 식용유로 달릴 수 있도록 개조한다. 식용유로 달리는 차는 디젤보다 소음이 적고 탄소중립적인 연료로 자동차를 몬다는 인식이 주는 기쁨이 크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실소를 자아낸다. 배기가스의 ‘천국 같은 향’ 때문에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깐풍기 같은 테이크아웃 중국 음식이 당긴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문제는 염소를 길러 그 젖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든다. 염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어린 시절 동물원에서 봤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죽고 못 사는 아이스크림을 얻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 코요테로부터 염소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들고 밤을 새워야 했고 염소를 보살피기 위해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는 수의사가 되어야 했다.

친환경 생활의 결정판은 목장의 동력을 태양열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여기서도 ‘친환경 코미디’ 행렬은 계속된다. 아이팟 음악을 서브우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하기 위해 9m 높이의 풍차 탑에 오르다가 강풍이 불어 풍차에 매달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 태양열 구동 우물 펌프에 의해 지상으로 끌어올려지는 지하수가 유독물질이 사용된 파이프를 지나오는 것을 알고 기겁을 하고, 물탱크 주변에서 방울뱀을 만나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깨지고 엎어지는 체험 속에서 저자는 녹색을 향한 생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차를 굴리기 위해 성인병을 유발하는 튀김 음식점을 이용해야 하고, 태양열 발전을 위해 납덩어리 배터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는 않는다. 미래에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코미디 같은 친환경 생활 체험을 겪은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녹색 삶을 실천하기 위한 다섯 단계를 진지하게 제시한다. 첫째, 친환경을 표방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라. 둘째, 날마다 식단을 짜면서 남용하고 있는 탄소마일리지를 생각하라. 셋째, 바이오연료 시장을 어느 정도 창출하기 위해 자동차 운행에 화석연료를 쓰지 말라. 넷째, 친환경 공법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동네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다섯째, 새로운 탄소 절감 기술이 나오면 100명의 친구에게 e메일을 보내라는 것 등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뉴욕 ‘촌놈’은 자신의 깨달음을 이렇게 적고 있다.

“녹색의 삶을 산다는 건 전부 아니면 전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날마다 나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건강하고 독립적이고 생태보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갈 기회를 받았다. 지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서도.”

책 중간 중간에는 ‘차가운 국수를 곁들인 발리사의 특제 깐풍기’ 같은 친환경 요리법이 담겨 있다. 저자는 현재도 뉴멕시코의 펑키 뷰트 목장에서 염소와 코요테와 더불어 사는 소식을 인터넷 사이트(www.dougfine.com)를 통해 전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