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3년 英경영연구가 파킨슨 사망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공무원의 수는 일의 유무와 관계없이 고위직으로 출세하기 위해 부하 직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이는 영국의 역사학자 겸 경영연구가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사회를 풍자적으로 분석한 사회생태학적 주장으로 ‘파킨슨 법칙’이라 불린다.

어떤 사람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기한으로 1주일을 준다면 1주일을 다 쓸 것이다. 만일 똑같은 일을 2주일에 끝내도 된다고 허락한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인원을 2명으로 늘려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조직은 주어진 역할이나 업무와는 관계없이 여건만 허락한다면 항상 조직원을 늘리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파킨슨의 저서에는 ‘공무원은 부하를 늘리기 원하지만 경쟁자는 원하지 않는다’ ‘예산 심의에 필요한 시간은 예산 액수에 반비례한다’ ‘공무원은 서로를 위하여 서로 일을 만들어낸다’ 등 신랄한 풍자가 가득하다.

파킨슨은 자신이 근무한 영국 해군부 사례를 연구하다 이러한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1914년 62척이던 영국의 주력 군함은 1928년 20척으로 67.7%나 줄었지만 해군부 공무원 수는 2000명에서 3569명으로 78.4%가 급증했다. 식민지들이 잇따라 독립하면서 거의 기능을 잃어가던 영국 식민부의 1935년 직원 수가 372명에서 1954년에는 1661명으로 늘어난 사실도 발견했다. 파킨슨 법칙에 의하면 직원의 수는 업무량과 상관없이 해마다 5.17∼6.56% 범위에서 증가한다고 한다.

84세를 일기로 1993년 3월 9일 세상을 떠난 파킨슨의 이론이 반영된 듯 오늘날 대부분 국가의 행정부는 13∼20명의 각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공직자 감축만이 이 논쟁의 해법은 아니다.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 인식에서 해결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소수 엘리트의 독단보다는 다수 집단의 협력과 소통이라는 사회적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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