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느닷없는 모욕에 대해 던질 말 엮어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1분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김별아 지음/325쪽·1만1000원·문학의 문학

“나는 오늘도 모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든다. …그래야 무시로 닥친 상황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쩔쩔매다가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며 수십 번 대꾸의 말을 떠올렸다 지우는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다.”(‘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

‘미실’ ‘백범’의 소설가 김별아(40) 씨가 산문집을 펴냈다. 불혹을 맞은 작가는 서문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꿈결에도 길을 묻곤 한다…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 질문 앞에 허겁지겁 들내놓은 부족한 대답”이라고 말한다. 모두 80여 편의 짤막한 글이 엮였다.

표제작에서 저자는 ‘여자이자, 애 딸린 아줌마, 나잇살로 밀어붙이기도 힘든 젊은 것’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모욕 매뉴얼을 소개한다. ‘모욕을 참고 견디는 것이 더는 미덕이 아닌 세상’에서는 싸우려면 잘 싸워야 하고 싸웠다면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모욕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매뉴얼을 짠다는 발상은 기발하면서도 공감을 자아낸다. 이것은 세상에 의해 강요되는 것들, 권위와 편견, 불합리함에 ‘저항’하며 맞서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맞서 싸워야 할 그 대상이 자신의 고독, 외로움이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작가로서의 일상,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신념과 세계관에 대한 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새롭고 창조적인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나는 누구보다도 구태의연하고 지리멸렬한 생활을 한다’(‘변신, 그 찬란한 탈피’)고 말한다. 하지만 ‘쓰기 싫거나, 쓸거리가 없거나, 아무리 애써도 쓰지 못할 것만 같을 때에도’ 쓰기를 멈추지 않는 저자는 문학에 온몸을 내미는 이런 ‘필패의 삶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행복한 바보 이야기’)

캐나다에 이민 가 지냈던 3년간 배운 또 다른 삶의 방식들, 계절의 변화와 자연으로부터 느끼는 보편적 진리 등 다양한 글이 수록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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