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연극열전2’ 훈훈한 시상식

  • 입력 2009년 1월 7일 02시 59분


유가환급賞… 열린 지갑賞…

13개월 대장정 폐막식 축제무대

“참여한 스타들의 희생 돋보였다”

5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열전2’ 폐막 행사에는 조촐하지만 기발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른바 ‘덕분에 어워즈’였다. ‘연극열전2’의 홍기유 대표가 “관객 덕분에 ‘연극열전’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이름에서 따온 것.

상의 이름도 독특했다. 대학로에서 가장 멀리 살고 있는 배우에게 주는 ‘유가환급상’부터 스태프들을 보면 언제나 밥과 커피를 챙겨주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열린 지갑상’, 공연이 없어도 빠짐없이 참여한 배우에게는 ‘개근상’까지….

배우 박정자 씨는 “시상식이라고 하면 끈 있는, 혹은 끈이 없는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의 등장이 공식처럼 됐지만 오늘 무대는 다르다”며 “격의 있는 듯, 없는 것 같은 이런 소중한 자리가 생겨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을 더 훈훈하게 만든 것은 ‘연극열전2’ 수익금의 일부를 배우 김흥기 씨 가족에게 전했을 때였다. 김 씨는 2004년 ‘연극열전’ 중 ‘에쿠우스’에 출연했다 분장실에서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특히 가장 많은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주어지는 ‘멀티맨상’을 수상한 김원해 씨의 소감은 코끝을 찡하게 했다. 그는 “매일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아내를 피해 PC방을 전전했는데 ‘연극열전2’는 내게 할 일과 설 무대를 만들어줬다”며 소감을 밝혔다.

‘연극열전2’는 ‘서툰 사람들’에서 ‘민들레 바람 되어’까지 지난해 12월부터 13개월간 총 10편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황정민 고수 나문희 씨 등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을 연극 무대로 끌어들였다. “연극의 10만은 영화의 100만”이라는 이들의 셈법에 따르면 25만 명을 기록한 ‘연극열전2’는 흥행에 성공한 셈. 돈 안 된다는 연극으로 40억 원의 매출까지 거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타마케팅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손숙 씨는 “한때 연극계에서 스타 배우를 끌어들이다 오히려 관객을 잃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스타들의 희생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아직 갈 길이 먼 ‘연극열전’, 하지만 이날 시상식만큼은 무대를 통해 거둔 작은 성공을 소외된 이웃과 힘겨운 동료들에게 돌린 축제의 장이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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