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이태호 지음/228쪽·1만7000원·생각의나무

조선시대 초상화 제작 비밀

조선시대는 초상화의 시대다. 예술성을 지닌 명작이 쏟아져 나왔다. 임금을 그린 어진은 전란 등으로 대부분 사라졌지만 사대부 초상화를 비롯해 남아 있는 게 1000여 점에 이른다고 저자는 추정한다.

문화재위원이자 명지대 교수인 저자가 30여 년간 본 초상화가 500점을 웃돈다. 이 책은 저자가 추적한 조선시대 초상화 제작 기법의 비밀을 풀어놓는다.

특히 18세기 후반 초상화에서 얼굴과 옷을 표현할 때 사실성이 높아진 것은 서양의 광학기구인 카메라 옵스쿠라를 활용한 덕분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한마디로 어둠상자다. 내부가 어두운 상자에 바늘구멍을 뚫은 뒤 구멍으로 들어온 빛을 따라 일정한 거리에 흰 종이를 놓으면 종이에 구멍을 통해 비친 상(像)이 거꾸로 생기는 원리를 응용한 과학 기구로, 19세기 초반까지 사용됐다.

저자는 정약용이 남긴 카메라 옵스쿠라에 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입체감과 실재감, 투시도법에 따른 시각의 적용을 비롯해 초상화 제작에 카메라 옵스쿠라를 이용한 증거를 차례차례 제시한다.

당시 초상화가들은 터럭 하나라도 닮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라며 마마를 앓은 흔적과 검버섯 같은 흠까지 치밀하게 그렸다. 사진 없이도 조상의 생생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산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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