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궁중음식보다 가정식 백반 같은… 모든 구름은 은빛

  • 입력 2008년 11월 1일 02시 58분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인생살이

◇모든 구름은 은빛/무라야마 유카 지음·양윤옥 옮김/312쪽(1권), 328쪽(2권)·각 1만 원·소담출판사

끝도 없이 높고 푸른 하늘. 하지만 유스케는 그 새파란 가을마저 가슴이 아려 온다. 수학여행 말곤 도쿄 인근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삶. 스키 관광지로 유명한 나가노의 농촌 풍경에 가슴이 들떴다가도 이내 가라앉는다.

유스케가 이곳 여관 ‘가무나비’에 취직한 것은 풍류가 아니었다. 친구 다카하시의 권유였지만 도쿄를 떠나고 싶었다. 아니 가족과 여자친구 유미코를 벗어나고 싶었다. 유미코가 여행 중 당한 교통사고로 알게 된 진실. 그녀는 유스케 자신의 형이 핸들을 잡은 차에 타고 있었다.

1994년 데뷔작 ‘천사의 알’이 일본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스바루신인상과 나오키상을 수상한 무라야마 유카. ‘모든 구름은 은빛’은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손꼽히는 작가의 2001년 작품이다.

실연과 배신의 상처를 안고 시골로 내려간 스물한 살 청년 유스케. 투박하지만 밝고 명랑한 시골 사람들과 조금씩 융화되며 그들도 남모르는 아픔을 지녔음을 깨닫게 되고. 자연의 이치처럼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유스케도 천천히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모든 구름은 은빛’은 잔잔하다. 화려한 궁중음식보단 깔끔 담백한 가정식 백반을 마주한 기분. 어디선가 읽었던 순정만화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인생살이는 공감이 크다. 소소한 사건 속에 울고 웃는 캐릭터들의 매력도 은근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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