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쓰러져가는 中 공교육… “스러진 내 꿈이여”

  • 입력 2008년 7월 26일 03시 03분


◇ 삼중문/한한 지음·박명애 옮김/632쪽·1만3000원·랜덤하우스

콩트(프랑스 사회학자)를 ‘공자의 아들’이라고 우기거나 ‘어문학을 가르치는 즐거움은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읽으라고 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말하는 문학교사. 수천 권의 장서를 목숨처럼 사랑하나 그저 사랑할 뿐, 즐겨 읽는 것은 아니라서 평소엔 들춰보지도 않는 아버지. 아들의 입학시험을 앞두고 당사자보다 더욱 긴장해 배우자 고르듯 신중하게 과외 교사를 투입시키는 부모와 입학시험 성적이 나빠 명문고에 가기 힘든 아이들을 체육 특기생으로 둔갑시키는 체육위원회 주임.

린위샹이란 고등학생의 성장기를 다룬 이 소설은 위선적인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조롱과 중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희화화로 가득 차 있다. 중국의 젊은 작가 한한(26)은 (그는 이 소설을 17세에 썼다고 한다) 무력한 공교육과 사교육의 만연, 각종 입시비리 등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하지만 속도감 있는 문체와 웃음을 유발하는 생생한 캐릭터 덕분에 책은 무척 재밌게 읽힌다.

주인공 린위샹은 고전만 읽히고 고문을 외우라고 강요한 아버지 덕에 어린 나이부터 사상가의 이론을 겸비한다. 그는 단지 자비 출판한 책이 화제가 된 덕에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채 중학교 문학교사가 된 마더바오 밑에서 문학반원으로 활동한다. 그는 문학상을 수상한 후 중국 전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줄 거라 믿지만 문학교사의 뇌물에 의한 것임이 밝혀진다. 시험을 망친 그는 편법을 써서 체육 특기생으로 명문고에 입학한다.

고교 입학 후 그는 낡고 기력이 쇠약해진 문학반에 가입해 위상을 되살려 놓겠다고 결심하지만 그의 비평세계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시험 성적은 대부분 낙제점수이고 교장선생님 및 교도주임과도 갈등을 겪는다. 그 와중에 중학교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수잔이 다른 남자친구를 만나 사귀고 있다는 소문까지 덮치자 기숙사를 무단이탈하게 된다.

‘처음에는 기를 쓰며 시 남삼중고등학교에 입학하려고 했던 린위샹은 막상 입학하고 나서 처참하게 버려졌다. 타향에 있으나 마음은 그곳에 없는 린위샹은 자신이 바둑돌처럼 느껴지면서 나아가야 할지 물러서야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 ‘현행 교육체계에 반대한다’는 젊은 중국 작가의 재기 넘치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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