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먹는 습관이 그대로 몸매로…

  • 입력 2008년 7월 15일 02시 51분


초등학교 2학년인 D 군은 많이 먹고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하기 위해 걸어오는 D 군의 모습은 둥글기도 하고 마름모 모양이기도 한 바나나우유병을 연상케 했다.

D 군. 키 135cm, 몸무게 51kg. 오늘의 D 군을 만든 건 잘못된 생활습관이었다.

D 군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떡볶이 튀김 순대 과자 닭 꼬치 막대사탕 같은 ‘길거리 뷔페’를 만끽했다. 아침은 생략, 점심은 급식. 저녁엔 김과 밥과 계란프라이 외엔 먹지 않는 편식을 생활화했다. 저녁식사 전 간식을 폭식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D 군은 기자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아이스크림 2개와 초코파이 3개를 뚝딱 해치웠다. “어떤 음식 좋아해요?”라고 물어도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보험설계사로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는 D 군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아들의 별명이 ‘임신한 왕비님’이란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그때부터 아들에게 야채를 먹여봤지만 다 토해내는 바람에 실패했다.

운동을 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훌라후프도 사주고 줄넘기 줄도 사줬지만 아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학교 체육시간엔 교실에 앉아만 있었다. 엄마는 회초리를 들도 싶다가도 행여 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돼 내려놓기 일쑤였다. 엄마는 “아들보다 내가 더 문제였다”며 후회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S 양. S 양은 4학년이 되던 해 140cm 키에 몸무게는 47kg이었다. 명절 때마다 친척들로부터 ‘살 쪄서 몰라보겠다, 얘’란 말을 인사말처럼 듣던 S 양. 배는 물론 등에도 살이 붙기 시작하고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으면서 S 양과 엄마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5학년이 된 S 양은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토·일요일이면 하루 1000개씩 줄넘기를 했다. 어머니는 식단을 바꿨다. 밥을 풀 때는 평소 딸이 먹는 양에서 한 주걱씩 덜어냈다. 식탁엔 늘 상추 양상추 양배추를 올려놓고는 고기를 먹든 멸치를 먹든 밥을 먹든 무조건 쌈을 싸먹도록 했다. 저녁식사는 생선구이, 된장찌개, 미역무침 등 칼로리가 낮은 식단으로 차렸다. 체중계를 식탁 옆에 놓고 수시로 몸무게를 잰 뒤 노트에 꼼꼼히 기록했다.

S 양은 인터넷을 검색해 먹지 말아야 할 음식목록을 만들었다. 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은 아예 끊었다. 입이 심심하면 상추를 뜯어먹었다.

S 양은 살이 안 찌도록 생활습관도 개선했다. 건물 3층에 있는 학원에 갈 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걸었다. 주말엔 반드시 1∼2시간 달리기나 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S 양은 1년 사이 5kg을 감량했다.

S 양은 ‘외모’보다 ‘건강’을 위해 체중을 뺀다고 말한다. 급식에 나온 여러 개의 동그랑땡을 보고도 딱 하나만 먹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고, 고기 한 점을 먹을 때도 꼭 상추에 싸서 먹는 것도 건강을 위해서란다.

D 군과 S 양의 어머니는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들은 선물처럼 햄버거를 사주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병규 과장은 가족의 잘못된 식습관이 자녀를 비만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몸무게 때문에 고생하는 자녀에겐 학원보다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 자녀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생활습관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될 것이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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