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나탄 가델스]서구 중심 다보스 질서의 수명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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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엘리트들이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인 ‘협력적 혁신’이 어떻게 세계를 좀 더 가깝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다.

그러나 세계가 협력적 혁신과 매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도전들이 버젓이 존재한다.

첫째, 우리는 ‘비서구적 근대화’가 구체화하면서 ‘역사의 종말’이 끝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둘째, 냉전 질서가 해체된 지 20여 년 만에 세계는 또다시 민주주의 대 비민주주의 진영으로 갈라서고 있다. 셋째, 중국과 브라질 같은 수출 지향적 신흥시장들이 성장을 계속하며 부국 경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충분한 내수시장을 발전시켜 가고 있다.

키쇼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최근 저서 ‘새로운 아시아 반구(半球)-저항할 수 없는 동쪽으로의 글로벌 파워 이동’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서구인들은 반미(反美)주의 확산이 특정 행정부의 거친 정책 때문에 생겨난 일시적인 것이라 여기고 싶어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떠나면 서구는 다시 존경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환상일 뿐이다.”

그는 또 이제 동양인들의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하며 가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구사회가 ‘악의 제국’ ‘악의 축’ 같은 용어로 세계를 흑백으로 구분 짓는 반면 인도인들은 훨씬 다채로운 색깔로 세계를 바라본다고 강조한다.

마부바니 학장의 가장 통찰력 있는 문구는 이렇다.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수출하겠다는 서구의 시도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역설은 넓은 의미에서 서구가 실제로 세계를 민주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서구사회가 비민주적이라 여기는 중국도 경제적 자유 덕분에 시민에게 권리가 부여되고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는 이런 ‘인간 정신의 민주화’를 축하하기보다 불완전한 투표 관행을 비난한다. 지구적 차원의 민주주의가 서구를 권좌에서 쫓아낼 것이라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마부바니 학장의 지적은 확실히 옳다. 동양이 새롭게 자기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얘기한 ‘민주적 세계와 비민주적 세계 간의 유대 강화’와도 연관된다.

새로운 세계적 분열을 막기 위해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제시하는 해답은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미국과 유럽의 동맹을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 같은 협력체를 통해 강력히 맞서게 될 것이다.

오늘날 ‘둔화’와 ‘도약’ 간의 차이는 뚜렷하다. 세계은행은 2008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2.2% 수준에 머무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7.1%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은 10.8%, 동아시아 지역이 9.7%, 남아시아 국가들이 7.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가 미국의 경제 침체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과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다. 나아가 중국 등 신흥시장은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현실은 21세기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이 세계화가 동서양 간의 경계선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적 대응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 태어날 세계질서는 ‘다보스 맨’이 구상해 온 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나탄 가델스 글로벌 뷰포인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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