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다 내어 준 빈손, 축복으로 채워지리라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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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린스턴신학교 교수였던 헨리 밴 다이크가 쓴 책 ‘네 번째 동방박사’는 아기 예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바쳤다는 동방박사 세 사람 외에 네 번째 동방박사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알타반은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함께 출발하지 못하고 뒤늦게 길을 나선다. 세상을 밝힐 별의 주인공에게 바칠 가장 귀한 선물 사파이어와 루비와 진주를 준비하고서….

바빌론 강가를 지나고 있을 때 숲 속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에 발을 멈춘 알타반은 남루하고 여윈 얼굴로 쓰러져 있는 한 형제를 만난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음의 기운이 감돌고 있는 그 형제를 위하여 사파이어를 내어주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두 번째 보석 루비는 죽임당할 뻔한 어린아이를 살리는 데 긴급하게 사용되었다.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헤롯의 군인 손에 쥐여 준 것이다.

세월도 무심하게 흘러 죽음을 눈앞에 둔 순례자 알타반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끌려가는 한 죄인의 행렬 뒤에서 멀찌감치 따라간다. 이 혼란의 와중에서 아버지의 빚 때문에 끌려가는 애달픈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살려내기 위해 마지막 보석을 사용하고 만다. 그가 모든 것을 내어 놓고 빈손이 되었을 때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마태복음 25장 40절)는 하늘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10여 년 동안 매일 밤 서울지역에서 노숙하는 분들을 섬기는 ‘거리의 천사들’인 60여 교회와 단체, 그리고 2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슴에 품고 사역하는 소중한 말씀이다. 사랑의 봉사는 보석보다 아름답고 영롱하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안기성 장함교회 목사·거리의 천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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