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장중]‘非교육’ 판치는 교육 공청회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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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해 5월 3일, 교원평가 공청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의 단상 점거와 소란으로 무산.

장면 2. 7월 14일, 교육과정 개편 공청회. 전교조 교사의 야유와 진행 방해로 수학과 공청회는 무산되고 영어과만 진행.

장면 3. 10월 20일 교원평가 공청회. 전교조 교사와 학부모단체 회원이 단상을 점거해 소란. 경찰이 주동자를 연행한 뒤 1시간 만에 끝남.

필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교육 관련 공청회의 모습이다. 난입, 점거, 방해, 충돌, 인신공격, 실력 저지, 무산, 파행이 일상화됐다.

20일 공청회는 시작 전부터 소란스러웠다. 제 시간에 열렸지만 고함과 욕설이 난무했다. 단상에 뛰어오른 사람과 교육인적자원부 직원 간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아수라장(阿修羅場)은 화를 잘 내고 성질이 포악해 싸움을 좋아하는 귀신 ‘아수라’가 일을 훼방 놓는 상황, 다시 말해 싸움으로 혼잡하고 어지러움에 빠진 상태를 말한다.

공청회는 행정기관이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나 일반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그런데 교원능력개발평가 추진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공청회가 아수라장이나 난장판으로 변했다.

전교조의 행동과 대응방법이 문제다.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면 학부모의 지지와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밝히고 시범실시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국민은 이제 큰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집단 간의 싸움을 지겨워한다. 논리와 근거로 상대를 설득하고, 각각의 주장이 생산적이며 차원 높게 수렴되는 멋진 토론을 기대한다. 공청회 같은 ‘공론의 장’을 힘으로 저지하거나 기회를 독점하려는 세력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육 주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균형감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교육 고객인 학생과 학부모를 존중할 때 국가기관으로서 권위가 서고 신뢰받을 것이다.

김장중 인간교육실현학부모 연대 부회장·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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