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불야성’ 펜션엔 특별한 뭐가 있다

  • 입력 2006년 9월 21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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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을 벌 생각 없습니다. 손님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걸로 족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포에서 펜션 ‘해뜨는 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중훈(65) 씨는 펜션 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잘 나가고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강 씨는 제주도청 관광국장에서 퇴임한 뒤 2001년 10억 원을 들여 이곳에 객실 6개(13∼20평)를 갖춘 민박형 펜션을 열었다.

현재 그의 펜션은 연평균 70% 정도 손님들이 들어찬다. 물론 성수기 때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제주 토박이인 강 씨는 관광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면 곳곳을 동행하며 제주의 문화를 설명한다. 그의 성공에는 이런 세심한 고객 서비스가 큰 몫을 차지했다.

강 씨는 2004년 고객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해뜨는 집’이라는 책으로 엮어 주소를 남긴 손님들에게 무료로 보내줬다.

○ 준비 없는 대단지 펜션 상당수는 실패

‘펜션 24평형, 9700만∼1억500만 원 투자하면 확정수익률 10.25% 보장.’

P사는 2003년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투자형 펜션 64채를 분양하면서 이렇게 광고했다. 그러나 준공 직후인 2003년 말 부도를 냈다. 당시 이 회사 직원은 “건축허가도 안 받고 투자받은 사실이 알려져 채권단의 대출상환 압력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평창군 무이리에서 대규모 펜션을 지어 분양했던 M사도 같은 해 부도가 나 시공업체가 미수금을 받아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01∼2004년 급속히 늘어난 펜션은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펜션 개발업체인 광개토개발의 오세윤 사장은 “평창군에만 300여 개의 펜션이 몰려 있을 정도”라며 “노하우가 부족한데도 무모하게 덤빈 대단지 펜션들은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말했다.

○ 민박형 펜션 성공 노하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살아남은 펜션들은 대부분 규모는 작지만 고객 밀착형 서비스로 호응을 받고 있는 민박형 펜션들이다.

봉평면에서 어경복(62) 씨가 운영하는 ‘금당계곡 펜션’ 고객들은 산나물을 캐고 근처 텃밭에서 온갖 야채를 딸 수 있다. 야채 값은 받지 않는다.

어 씨는 고객들에게 다가서는 서비스로 단골 고객들을 확보한 덕에 작년 한 해 5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물론 입지도 중요하다. 이석재(56) 씨가 2004년 경기 가평군 북한강변에 연 펜션 ‘물안개 피는 강가에’는 좋은 풍경을 자랑한다.

이 씨는 “겨울에는 차로 30분 거리에 스키장이 있고 여름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수상스키장이 있어서 입지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약 7억 원을 들여 6개 객실을 운영해 월 6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김은경 팀장은 “이제 ‘묻지마’식 펜션 투자 시대는 끝났다”며 “노후보장과 전원생활을 함께 충족하기 위한 민박형 펜션이 대세”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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