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車의 세계에도 ‘오만과 편견’이 있네…‘카’

입력 2006-07-14 03:09수정 2009-10-0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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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를 만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카’. 사람과 똑같은 차들이 화면 가득 살아 움직인다. 사진 제공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자동차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서로 웃고 경쟁하고 증오하고 사랑한다. 황당한 설정이지만 낯설지 않다. 이유가 뭘까?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등을 히트시킨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카(Cars)’가 20일 개봉된다. 픽사가 창사 20주년 기념으로 만들었으며 최근 디즈니와 합병된 뒤 내놓은 첫 야심작이다. ‘토이 스토리’(1995년)로 아카데미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한 존 라세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우승만 아는 오만한 레이싱 자동차 라이트닝 매퀸은 메이저 자동차 경주대회인 피스톤 컵 대회에 참석차 캘리포니아로 가다가 사고로 66번 도로변에 위치한 시골마을 레디에이터 스프링스에 머물게 된다. 마을로 진입하면서 도로를 엉망으로 만든 매퀸은 마을주민들(자동차)의 강압으로 도로를 수리하게 된다. 시골 자동차들을 무시하던 매퀸은 점차 마음을 열고 마을 재판관 닥 허드슨(1951년식 허드슨 호넷), 샐리 카레라(2002년식 포르셰), 메이터(견인차), 중사(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군용 지프)와 친구가 된다.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경험한 매퀸은 ‘인생이란 경주에서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정말 사람 같았던 장난감(토이 스토리) 곤충(벅스 라이프) 물고기(니모를 찾아서)처럼 ‘카’는 자동차들을 얼마나 인간처럼 보이게 만드느냐에 모든 것을 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내내 차들은 화면 가득 살아 움직인다. 비주얼의 승리다.

제작진은 헤드라이트를 눈으로 쓰기보다 앞 유리창 전체를 눈으로 처리해 풍부한 눈 표정을 만들었다. 범퍼는 입이 돼서 이빨을 드러내고 백미러는 귀가 돼 쫑긋거린다. 타이어까지 팔 다리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캐릭터 디자이너들은 폐차장까지 찾아다니며 ‘사람 같은 차’ 디자인을 연구했다.

하지만 감독은 자동차 의인화의 핵심 요소를 캐릭터 디자인보다는 인간 사회에서 자동차 자체가 가지는 함의를 통해 드러냈다. 현대인들은 자동차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티코의 작은 차체가 혹시 나를 왜소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렉서스의 미끈함이 나에게 ‘쿨’함을 부여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현대인들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자동차에 투영한다. 따라서 곤충이나 물고기보다 차를 사람으로 느끼게 하기 쉽다. 감독은 등장하는 주연, 조연 자동차마다 독특한 인격과 감성을 이입시키는 한편 유기농 연료를 파는 카페, 신발 가게처럼 보이는 타이어 가게, 화장품 가게 같은 도장공장 식으로 하나의 완벽한 ‘살아있는 자동차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스토리 곳곳에서 차를 통해 무언가 도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감독의 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인공 매퀸이 과정의 소중함을 깨우쳤다지만 우승을 양보하는 모습은 오히려 비인간적이다. 너무 착한 결말은 고정과념에서 자유로워야 할 만화적 상상력을 갉아먹는 요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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