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왜 이렇게 사랑은 쓸쓸할까…‘5×2’

입력 2006-06-02 04:58수정 2009-1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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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그린 프랑수아 오종의 ‘5×2’. 동아일보 자료사진
두 사람이 이혼 서류에 서명했다는 자막을 무색하게 하는 첫 장면의 도발적인 섹스는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왜 타월로 가슴을 가리느냐” “이제 헤어졌으니 남남이라고 생각 하는 거냐”는 남자의 질문은 두 남녀가 이혼한 것은 틀림없는데 왜 다시 만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아니나 다를까, 둘의 섹스는 거칠게 끝나 버린다. “다시 시작하면 안 되겠느냐”는 남자의 질문에 대답도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리는 여자는 남자의 몸을 거부할 때의 표정과 목소리 그대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두 남녀의 집. 두 사람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저녁식사를 차리고 친구들을 초대해 즐거운 파티를 벌인다. 알고 보니, 결혼 직후 행복했던 순간을 묘사한 과거의 모습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5×2’는 이처럼 한 커플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지만 결국 이별하는 이야기를 역순으로 보여 준다. 왜 헤어졌는지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한 커플의 사랑과 결혼에 관련한 에피소드를 툭툭 던지듯 나열함으로써 사랑의 문제를 이색적인 방식으로 성찰하게 한다.

마치 다섯 편의 단편영화처럼, 각 에피소드에는 두 사람이 느꼈던 환희와 분노, 배신감과 열정, 설렘과 자기 연민의 감정들이 표현된다. 두 남녀가 석양이 지는 바닷가로 걸어 들어가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미 그들의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감독은 사랑의 쓸쓸함에 대해 말하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삶의 무상함을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여주인공을 맡은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의 연기는 이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상영 중. 18세 이상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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