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행복찾기]<1>직장인이 행복할 때

  • 입력 200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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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 본사 회의실에서 이 회사 직원 6명이 모여 직장 행복에 대한 집중 토론을 벌였다. 왼쪽이 토론을 주관한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연구소 우종민 소장. 본보는 직장인의 진솔한 얘기를 듣기 위해 설문조사와 별도로 10개 직장인 그룹을 선정해 토론을 진행했다. 원대연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 본사 회의실에서 이 회사 직원 6명이 모여 직장 행복에 대한 집중 토론을 벌였다. 왼쪽이 토론을 주관한 서울백병원 스트레스 연구소 우종민 소장. 본보는 직장인의 진솔한 얘기를 듣기 위해 설문조사와 별도로 10개 직장인 그룹을 선정해 토론을 진행했다. 원대연 기자
“똑같은 일을 해도 나는 구박을 받고 다른 동료는 칭찬을 들을 때…. 그러면 직장이 싫죠.”

“맞아요. 상사와 부하를 떠나 서로 인정하고 배려할 수는 없나요? 직장 생활이 훨씬 행복해질 것 같은데….”

“제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느껴질 때 행복해요. 존재감이 느껴지니까….”

이 시대의 직장인은 어떨 때 직장 생활이 행복할까. 한 대기업 직원 7명의 행복에 대한 담론이다.

본보는 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연구소와 함께 업종별로 10개 그룹을 선정해 지난해 12월 13∼23일 각각 그룹 집중토론을 벌였다.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출근길에 회사가 눈앞에 보이면 가슴이 뛴다니까요.” “무엇보다 돈이죠. 월급이 없으면 직장 생활이 행복하겠어요?” “원치 않아도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불행해요.” “저는 행복지수가 최고점입니다. 욕심만 버리면 돼요.” “가족이 모두 건강한데 뭘 바라겠어요? 더 큰 행복은 없죠.”

각론은 달랐지만 30대 이후에서는 업무와 인간관계 월급 등 세 가지 조건으로 행복이 결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33세 여성의 얘기다.

“돈 사람 일 중 한 가지라도 만족스러우면 행복의 가능성은 남아 있어요. 한 가지마저 없다면 회사를 나가야죠. 저 역시 그런 기준에 맞춰 그동안 두 차례 회사를 관둔 적이 있어요.”

그러나 신세대인 20대의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달랐다. 상당수가 주5일 근무제 준수, 정시 퇴근 등 개인 생활의 보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직장은 행불행에 별 상관이 없어요. 저는 남자친구가 있어서 행복해요.” “야근을 많이 하다 보면 피곤해서 여드름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좀 더 편한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요.” “일 때문에 친구와의 약속 시간을 못 지킬 때 ‘이러면서까지 직장을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요.” “직원 파티에서 공연했을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직장 생활의 행복은 직장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할수록 직장 생활 만족도도 높다는 대답이 많았다. 직장 밖에서의 행복이 중요한 이유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38) 차장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해야 할 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권모(34) 과장은 “그렇기 때문에 직업만으로 행복해질 순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업의 박모(36·여) 씨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성 직장인은 가정 때문에 오히려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정모(33·여) 과장은 “직장에서 100점, 가정에서 100점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50점짜리 엄마, 50점짜리 직장인밖에 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력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돈이 행복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4) 대리는 “일률적으로 얼마가 있어야 행복하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돈이 화제로 오르자 여기저기서 자신만의 ‘환상’을 풀어놓았다.

“언제든지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족이 ‘칼질’ 할 수 있을 정도?” “20억 원? 그래야 집이랑 차를 사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 이자로 주말마다 골프를 즐기지.” “서울 강남에 32평형 아파트를 사고 레저 즐기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 “333-444. 30대에는 30평형대 아파트에 3000만 원짜리 자가용, 40대에는 40평형대 아파트에 4000만 원짜리 자가용. 그 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거의 모든 직장인이 운동을 하거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나름대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작은 것에서부터 만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직장 생활을 한다고 가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가족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가정으로 가져갈 경우 불행이 커지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직장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행복의 제1조건은 직장내 인간관계 ▼

일하는 당신,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본보가 ‘직장인의 행복찾기’를 위해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전국 7대 도시 20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50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의 평균 행복지수는 66점(100점 만점)이었다. 일상을 가정, 직장, 개인(여가 취미) 생활로 나눠 다시 점수를 매기게 하자 가정 생활의 행복지수는 72점인 반면 직장 생활의 행복지수는 64점이었다. 개인 생활은 65점으로 나타났다.

어느 분야에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지는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났다.

가정 생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대였다. 반면 20대는 개인 생활 행복지수가 가장 높아 사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의 특징을 보여 주었다.

50대의 경우 가정 생활, 직장 생활 행복지수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개인 생활 행복지수는 가장 낮았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5%가 행복감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영역으로 가정 생활을 꼽았다. 반면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영역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46.9%가 직장 생활을 꼽았다.

특히 개인 생활은 20대(55.7%)와 미혼(57.7%)에게 행복감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인 반면 50대(40.5%)에게는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나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장년층의 고충을 엿보게 했다.

직장인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29.9%)를 꼽았다. 다음은 ‘원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25.9%)였다.

반면 현재 하는 일이 불만스러운 경우 가장 큰 이유로 급여수준과 근무조건(20.1%)을 꼽는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 직장의 안정성은 두 경우 모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조사 어떻게 했나=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2월 17∼21일 직종 연령별로 할당 추출한 501명(사무관리직 253명, 판매서비스직 151명, 생산직 97명)을 전국 7대 도시에서 개별 면접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그룹 집중토론은 인제대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연구소 우종민(禹鍾敏) 소장과 연구원들이 지난해 12월 13∼23일 서울시내 10개 기업을 방문해 회당 6∼8명이 참여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참여 기업은 대기업 2곳과 중소기업, 백화점, 은행, 호텔, 외국계 회사, 정보기술(IT) 기업, 병원, 공기업 1곳씩이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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