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 증오 치료할 수 있다

  • 입력 2005년 6월 4일 0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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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를 미워하는가/러시 W 도지어 주니어 지음·김지연 옮김/424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증오는 불화의 대표적 원인. 각종 전쟁과 테러에도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증오감이 깔려 있다. 증오는 과연 무엇인가. 그 증오를 막을 수는 없을까.

이 책은 증오의 발생 메커니즘을 자연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증오를 다스리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분야에서 글을 쓰는 프리랜서로 미국 연방경제발전기관 운영위원회 의장과 유엔 금융기술위원회 의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이 책에서 신경과학 심리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고생물학 문명사 분야의 연구 성과를 두루 섭렵한 뒤 이를 바탕으로 증오의 본질을 추적한다.

우선 증오의 감정을 신경과학이나 진화론의 시각에서 분석해 나간다. 그동안 신경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증오와 분노는 뇌의 변연계(인간의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한 영역) 부위에서 만들어진다.

또 이성적인 고등 신경계와 감정적인 원초 신경계의 대립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타나는 증오의 감정은 인류가 생존과 번식을 유지하고 지구 환경에 적응하면서 줄곧 진화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그러나 진화의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가 종교적 열정 또는 이데올로기적 열정으로 둔갑해 왔다고 본다. 이는 배타적인 이데올로기나 광신적 신앙 이면에 증오의 감정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왜곡을 들추어내면 감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즉, 뇌의 원시적 충동에서 태어난 증오를 조절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증오는 인간성을 말살시켜 버리는 핵무기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증오가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증오를 예방하는 10가지 전략을 제기했다. 그 전략을 보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증오의 원인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라 △최대한 효율적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신뢰관계를 맺고 협력하라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사태의 전모를 조망하라 △억압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라 △사회 문화에 관한 폭넓은 지식을 쌓아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라 등이다.

이 책의 매력은 신경과학 진화론 등 과학적인 눈으로 증오를 들여다보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가 내세운 증오 예방책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원론적인 ‘모범답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원제는 ‘Why We Hate’(2002년).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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