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서스펙트 제로’ 연쇄살인범들이 살해되고 있다

  • 입력 2005년 3월 16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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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영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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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나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의지대로 보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때마다 보이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마저 고스란히 자신에게 옮겨진다면 어떨까. 17일 개봉되는 ‘서스펙트 제로’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이색 작품이다.

미국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의 지방도로. 세일즈맨 스펙이 자신의 차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가슴에는 사선이 그어진 동그라미 모양이 새겨져 있고, 두 눈의 눈꺼풀은 모두 잘려 나간 상태다. 미 연방수사국(FBI) 댈러스 지부에서 앨버커키 지부로 전출된 요원 토머스 매커레이(애론 애커트)는 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던 중 자신이 쫓던 연쇄살인범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됐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세븐’ ‘양들의 침묵’ ‘카피캣’ 같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흉악한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연쇄살인범을 잇달아 처단하는 범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스릴러다. 첫 장면에서 이미 범인인 벤자민(벤 킹슬리)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후 영화는 그가 누구이며, 왜 이들을 살해하는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퍼즐 맞추기가 아니다.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때마다 심한 두통을 앓는 토머스와, 과거 FBI에서 원격 투시 능력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팀의 일원이었지만 팀 해체 후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곳을 봐야 하는 벤자민이 묘한 동질감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 가는 심리적 여정이다.

영화 제목 ‘서스펙트 제로’는 살인 동기는 물론이고 특정한 수법이나 패턴 없이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질러 용의선상에도 올릴 수 없는 연쇄살인범을 지칭하는 수사용어. ‘매트릭스’의 캐리 앤 모스가 토머스의 전 부인인 FBI 요원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의 비중은 미미하다. 18세 이상 관람 가.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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