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연재만화 ‘식객’ 마친 만화가 허영만

  • 입력 2004년 8월 3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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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의 책상에는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그는 ‘고추장 굴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박영대기자
허영만 화백의 책상에는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는 글귀가 붙어 있다. 그는 ‘고추장 굴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박영대기자
“만화가 생활 30년 중 ‘식객’처럼 심혈을 기울인 연재만화가 없었어요. 준비기간(3년)과 취재량이 다른 만화의 두 배는 넘을 겁니다.”

허영만 화백(54)이 최근 2년간 동아일보에 일일 연재해온 만화 ‘식객’이 31일자 ‘갓김치’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2002년 9월 시작된 ‘식객’은 484회 41편의 에피소드로 새로운 음식만화를 선보이며 ‘식객’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집안에 우환도 있고 2년간 몸이 너무 축나 우선 쉬어야겠습니다. 아직 다룰 소재가 많은 만큼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식객’ 독자들을 다시 만날 생각입니다.”

허 화백은 7월 말 3일간 강원 진부령 쪽의 백두대간을 등반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한 22개월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것이다. 그로서는 최근 2년간 해온 ‘식객’ 일일 연재와 ‘백두대간’ 종주라는 대형 이벤트 2개를 모두 마무리한 셈이다.

그는 ‘식객’에 소개한 41편의 에피소드 중 소고기편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스토리가 가장 길었고 전해야할 정보량도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

“취재도 어려웠죠. 소고기 도축과 육질별로 분할하는 작업(정형)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면 일하시는 분들의 눈꼬리가 사나워지면서 사진을 못 찍게 합디다. 아직도 ‘백정’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죠. 동아일보 연재만화 그리러 왔다고 하면 누그러지더군요.”

한지를 깔고 고기를 구웠다는 사료를 본 뒤, 이를 직접 재연하다가 연기가 많이 나는 바람에 화재경보가 울린 적도 있다.

‘식객’이 오락만화가 아닌 만큼 음식 정보의 정확한 전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33화 ‘음식 하는 남자’에는 ‘오른 눈 광어, 왼눈 도다리’라는 말이 나온다. 광어는 머리 쪽에서 볼 때 오른쪽에 두 눈이 몰려 있고 도다리는 왼쪽에 몰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독자들 중에는 이를 꼬리 쪽에서 보아 ‘오른 눈 도다리, 왼눈 광어’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충남 서산의 한 음식점 주인은 ‘30년간 횟집을 했는데 오른 눈 도다리가 맞다’고 주장하더군요. 식품 사전도 확인했고 혹시 사전도 틀릴까봐 직접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광어와 도다리에 대한 구분은 통상 머리 쪽에서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고추장 굴비’ ‘1+1+1+1’ ‘고구마’ 등.

“이런 작품은 내가 스토리를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감동받았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밑그림을 그리는 연필을 만지작거렸다.

“이 연필로 해야 할, 하고 싶은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어요. 돼지고기 특집이나 부산 복국 등 새로운 구상들이 머릿속을 맴돌아요.”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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