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정부, 공무원노조법 싸고 격돌 예고

  • 입력 2004년 8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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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3일 6급 이하 공무원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되 단체행동권은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공무원노조법안을 확정하고 이번 주 중 입법예고를 거쳐 내달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정부는 강경대응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여당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단결권, 단체교섭권은 보장하되 단체행동권(파업권)은 인정하지 않으며 △법은 공포한 뒤 1년 후 시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그간 쟁점이 돼 온 단체교섭 대상은 ‘보수, 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법령, 조례 및 예산과 관련된 합의사항은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효력은 인정하지 않으며 다만 정부는 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부연해 규정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예산에 직접 연관된 공무원 임금의 경우 정부와 공무원노조가 임금 인상률에 합의해도 국회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합의안을 시행할 수 없다.

이 법안은 또 노동계가 줄곧 요구해 온 파업권은 행정서비스 중단과 국가기능 마비를 우려해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조가입 대상은 6급 이하 일반직 및 이에 상당하는 별정직·계약직 공무원, 기능직·고용직 공무원(총 30만∼35만명)으로 한정된다. 경찰 군인 외교관 등 특정직과 이미 다른 노조법의 적용을 받는 철도청, 정보통신부의 기능직과 교원은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정용해 전공노 대변인은 “정부가 13만 조합원의 의사를 무시한 채 법 제정을 강행하면 무기한 총파업을 포함한 공무원노조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또 △특별법 제정이 아닌 노동조합법 등의 개정을 통한 노동3권의 완전 보장 △5급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유급화 등을 요구했다.

전공노는 21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법안이 차관회의에 상정될 때 관련 부처에 대한 릴레이 항의 방문을 시작하고 이어 정시 출퇴근, 점심시간 준수 같은 단계적 투쟁을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전공노는 또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이날 “전공노가 파업기금 100억원을 조성키로 한 것은 불법행위를 천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의 불법행위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위법행위는 의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제한적인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공무원의 파업을 금하고 있다”며 “지난해는 노동계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지만 이번엔 당정이 합의한 만큼 반드시 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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