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연쇄살인]시민들 “초동수사 빨랐더라면…” 몸서리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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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씨가 18일 토막낸 사체를 유기했다고 밝힌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안산 기슭에서 경찰이 발굴작업을 하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봉원교통 차고지에서 놀란 표정으로 현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박주일기자
유영철씨가 18일 토막낸 사체를 유기했다고 밝힌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안산 기슭에서 경찰이 발굴작업을 하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봉원교통 차고지에서 놀란 표정으로 현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박주일기자
부유층 노인, 출장 마사지사 여성 등 20여명을 무참히 살해한 용의자의 살인 행각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은 충격과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민경우씨(40·자영업·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니 믿을 수 없다”며 “어떻게 사람을 토막 낼 수 있는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영호씨(35·서울 강북구 수유동)는 “경찰이 당시 초동수사를 잘해 좀 더 빨리 잡았더라면 이후 범죄들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넷 게시판 역시 엽기적 범행에 대한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한 네티즌은 “저런 무서운 사람이 하나만 있을 것이라는 법은 없다. 세상이 무섭다”고 한탄했다.

‘사회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학생 권상혁씨(25)는 “끔찍한 범죄로,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전과자나 가난한 사람 등 소외된 이를 감싸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ID가 ‘president_tj’라는 네티즌 역시 “범인은 죽어 마땅하지만 그가 살인마가 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간질 등 지병이 있으면 취직조차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의견=전문가들은 유영철씨의 잔혹한 연쇄 살인에 대해 “개인의 잘못된 분노와 증오가 공격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백상창 소장은 “유씨의 경우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자기가 큰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책임을 사회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분노의 책임을 사회와 모든 사람에게 돌려 과거 현재 등 인연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부적절한 강력한 복수심과 살인충동을 느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연세대 이훈구 심리학과 교수는 “용의자는 정신적으로 황폐했고 가족적,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가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치료가 시급하며, 아울러 정부도 이러한 범죄에 대한 조직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역대 대형 살인사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살인사건은 1982년 당시 현직 순경 우범곤이 총기를 난사해 56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은 역대 2번째.

이에 앞서 김대두는 1975년 17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사형되기 직전 “전과자에게 갱생의 길을 열어 달라”는 유언을 남겨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살인사건은 ‘화성연쇄살인사건’.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잔혹하게 살해됐으며, 현재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다.

1994년에는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으로 폭력조직을 결성, 사업가 부부 등 5명을 납치한 뒤 살해하고 암매장한 ‘지존파(至尊派)’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같은 해 택시로 부녀자 6명을 납치해 이 중 2명을 살해한 ‘온보현 사건’ 등 엽기적 범죄가 연이어 터져 큰 충격을 던져줬다.

2000년에는 10개월에 걸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철강회사 사장 부부 등 9명을 잇달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30대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검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기 용인 지역에서 “신용카드 빚을 갚겠다”며 5명의 여성을 납치해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닌 사건이 발생했다.

외국의 경우 콜롬비아에서 1970, 80년대에 300여명의 젊은 여성을 살해한 페드로 로페즈 사건, 5년간 어린이 140여명을 살해한 에두아르도 가라비토 사건 등이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20여년 동안 48명을 살해한 ‘그린 리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지난해 법정에서 범행을 자백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970년대엔 35명의 여성을 살해한 ‘테드 번디 사건’도 있었다. 영국에서는 1975년부터 1998년까지 환자 등 215명을 살해한 ‘죽음의 의사’ 헤럴드 시프먼이 2000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올 1월 자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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