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심익섭/‘원전센터 갈등’ 줄이려면

  • 입력 2004년 7월 1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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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1978년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18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울진 5, 6호기가 건설 중이다. 나아가 정부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신규 원전 6기(각각 100만kW급)와 차세대 원전 4기(각각 130만kW급)를 추가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정부가 국민의 핵문제 제기를 수용해 앞으로의 핵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즉시 폐기하겠다고 한 것과는 반대로 우리는 지속적인 원전 확대가 예고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이 핵 발전을 확대하는 쪽으로 결정돼 있는 반면 핵에 대한 시민의 이해는 취약한 상황에서 원전수거물관리센터 건설이라는 파생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과 힘이 부족할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 일본은 1992년, 스웨덴은 1988년, 프랑스는 1978년, 미국은 1971년에 원전센터를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 입지 선정조차 못한 채 정부나 시민 모두 비생산적인 논쟁에 몰두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발전할수록 대형 국책사업이나 필수적인 국가과제들이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면서 갈등을 보이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 지방자치는 발전할 것이며,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원전센터 건설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는 정부의 일방적 사업 추진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합리성보다는 갈수록 감성에 지배받고 있는 시민의 의식구조의 문제다. 작년 전북 부안 사태에서 보듯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정부의 태도와,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는 애써 외면하고 다분히 감정적 집단대응에 나선 지역 주민의 의식이 갈등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원전센터 입지 선정을 위해서는 지방자치(주민자치)에 기초한 정책결정 메커니즘을 철저히 이해하는 토대 위에서 정부의 갈등구조 분석 노력과 성실한 협상 의지가 전제돼야 한다. 주민 입장에 서서 정확한 의사소통과 적극적인 홍보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더 이상 지방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시할 수 없으며, 비록 지방정부를 설득했다 해도 주민의 동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원전센터 부지 선정을 앞두고 정부는 지역주민 참여와 주민투표를 통한 주민자치 원칙을 보장하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과 양성자 가속기 유치 등 지역발전에 대한 경제적 보장과 더불어 원전수거물 안전검증단이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토록 하겠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도 정말 객관적 안전성을 검증해 보았는지 확인하고, 주민자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며, 그것이 국가 발전으로 승화되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국가적 과제 해결과 지역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지혜를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주민들이 함께 일궈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심익섭 동국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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