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글로벌 코리아]<5>“집 구하기 힘들어요”

  • 입력 2004년 7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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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부터 서울 외국인종합지원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프랑스인 앤 다르코르소(58·여)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무척 깊지만 집을 구할 때만큼은 예외다.

1999년 4월과 2002년 4월 각각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용산구 한남동에서 월세 800만∼1000만원의 집에 살았던 그는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다르코르소씨는 “집주인들이 외국인에게는 ‘무조건 2∼3년 계약기간의 월세를 일시불로 달라’고 요구했다”며 “3억∼4억원의 거금을 한 번에 마련하는 일이 너무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은 누구나 한국의 집세 문화에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바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깔세’ 때문. 깔세란 외국인과 임대계약을 할 때 계약기간의 월세를 입주 때 한꺼번에 받는 임차료 총액선불 관행을 말한다.

지난해 KOTRA 인베스트코리아의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주거 환경에 대해 ‘불만스럽다’고 대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의 42.1%로 절반에 육박한다. 24.1%만이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용산구 이태원에 사는 미국인 C씨(48)는 외국인의 불만은 깔세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내국인보다 비싼 집세를 받는 데다 전기세나 수도세 등 공과금마저 일시불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C씨는 “상냥했던 주인이 계약만 끝나면 태도가 돌변하는 것을 볼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왜곡된 주거 임대 관행은 외국인 개인뿐만 아니라 외국계열 회사에도 악영향을 준다. 외국인 주택임대 컨설턴트인 데니스 널더위니(33·영국)는 “외국계열 회사들은 외국인 직원에게 제공하는 가외의 주택비용에 큰 부담을 느낀다”면서 “이것은 결국 이들 회사가 중국이나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무역진흥공사 투자환경개선팀의 이석호 과장(38)은 “깔세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전용 부동산중개업소 육성, 전세보증금 보증 금융상품 개발 등이 시급하다”면서 “외국인들도 표준임대차계약서를 꼭 작성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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